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85호 (『떠난세월 떠난사람』)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4-05-15 13:07
조회수: 91
 
모윤숙毛允淑씨와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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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윤숙·변영로·김광섭·김광주·이헌구·이무영·백철·조중훈·전혜린·주요섭·김성한·
조경희·전숙희·박태진·피터현·전봉래·김창석·최영해·천성환·최자현·조병문·박양균·
양주동·안수길·이하윤·최정희·전광용·김종문·이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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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957년 도쿄대회에서부터 국제대회에 참석을 했다. 나로선 문학보다 그저 세계여행, 그것이 즐거웠던 거다. 외국어가 서투른 국제대회, 그것은 고통이 아닐 수가 없다. 그러나 일본 도쿄대회땐 많은 일본 문인들하고 친교를 맺어 지금도 아주 가까이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이 있다. 감바야시 미찌오(上林猷夫, 일본 현대시인회 이사장), 기다가와 후유히꼬(北川冬彦, 일본 모더니즘운동의 선구자의 한 사람, 시지詩誌 󰡔시간時間󰡕 주간) 등이 아직도 생존하고 있다. 그때 도쿄대회 회장은 가와바다 야스나리(川端康成), 사무국장은 다가미 준(高見順)이었다. 그리고 니시와끼 준사부로(西脇順三郎, 일본 현대시의 주축), 다가하시 신끼찌(高橋新吉, 일본 다다이즘운동의 주축), 구사노 신뻬이(草野心平, 일본 모더니즘운동의 선구자), 이런 분들과도 왕래가 있었지만 다 세상을 떠나고, 구사노 신뻬이만 현존하고 있다.
한때 새로운 바람으로 멋있게 살고, 멋있게 시를 쓰고, 멋있는 인생과 작품을 남기고 떠난 사람들, 그 흔적들이 그립다.
요전까지만 해도, 여권을 얻기 위해서,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것을 기회로 PEN 회원이 되길 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참으로 여권 내기 힘들던 시대였다. 외국여행을 하기 힘들던 시대였다. 문인이 해외 바람을 쏘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은 PEN의 물결밖에 없었다. PEN에 우선 가입이 되고, 운좋게 대표단의 한 사람으로 끼일 수 있는 행운, 그것이 해외여행의 유일한 기회였다. 요즘은 해외여행이 자유화되어 그런 고통을 치를 필요가 없게 되었지만,
이런 거 생각하면 참으로 우리나라도 대단한 나라가 되었다. 해외여행 자유, 달러 사용 자유, 몇몇 나라를 제외하곤 모든 나라가 거의 노비자. 이렇게 우리나라가 변모할 줄이야.
또한 1988년 8월말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국제 PEN대회가 서울에서 열리게 된다.
1970년 여름, 처음으로 우리 나라에서 열린 국제 PEN대회는 제37회였던 거로 생각되지만 그때 대회준비위원장이 모윤숙씨, 그리고 대회장은 백철씨, 나는 재정위원장이라는 것을 맡았었다. 그때 칼 호텔이 처음으로 오픈이 되어 그 21층 전부를 대회본부로 쓰게 되었다. 그때 칼 사장 조중훈씨와 내가 친분이 두터웠으니까 모든 것을 공짜로 해주었다. 신축된 넓은 방에서 실로 쾌적한 대회를 원만히 잘 치르게 되었다. 대회가 끝나고 칼 조중훈 사장이 방값을 무료로 해준 돈 230만원(1970년 7월, 그때 돈으로)이 PEN의 기금이 되었다. 그 돈으로 안국동 걸스카웃 빌딩에 처음으로 PEN한국본부 사무실을 마련했던 것이 국제 PEN대회를 그런대로 잘 치르고 난 그해 한국본부 총회에선 이루 말할 수 없는 격돌이 일어났다. 백철씨를 회장으로 옹립하자는 그룹과 모윤숙씨를 회장으로 옹립하자는 그룹이 크게 대립을 하여 대소동이 일어났다. 결과는 백철씨를 옹립하자는 편이 승리를 하고, 국제 PEN대회를 멋있게 치른 힘이 되었던 사람들이 물러나게 되었다. ‘좋은 사무실까지도 마련해놓고, 세상은 이러한 것인가’ 하고 우리들은 명동에 들어가서 조용히 잔을 돌렸다. 거센 힘을 피해서, 그 후 나는 PEN 근처에도 나타나질 않았다. 소위 총회꾼들이 무서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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