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94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6-30 11:12
조회수: 327
 

지금 너와 내가


지금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은
죽어 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시간이다

그리고 지금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오늘은
죽어 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내일이다

아!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다하지 못한 채 이 시간을 두고
이 시간을 떠나야 하리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다하지 못한 채 이 오늘을 두고
이 오늘을 떠나야 하리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아직도 보지 못한 채 이 내일을 두고
이 내일을 떠나야 하리

오! 시간을 잡는 자여
내일을 갖는 자여

지금 너와 내가 마시고 있는
이 시간은
죽어 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시간

그리고 지금 너와 내가 잠시 같이 하는
이 오늘은
우리 서로 두고 갈
一그 내일이다.


詩想노트

나는 늘 시간을 생각하고 살아왔습니다. 어제, 오늘, 내일 이렇게 이어지는 시간의 흐름, 유구한 과거와 순간적인 오늘과 영원유구한 미래, 이러한 시간을 늘 생각하면서 실로 시간의 먼지 같은 존재로서의 나를 늘 응시하곤 했습니다.
이 시는 그러한 시간의 흐름 속에 순간적으로 존재했다가 순간적으로 소멸해 가는 인간의 생존, 그 존재를 써본 겁니다.
어제 인간들은 그들의 오늘을 살면서 그들의 내일이었던 오늘을 내일, 내일, 내일이면 하고 살았을 것이고, 지금 우리는 오늘을 살면서 어제로 어제로 순간 순간 보내면서 내일, 내일, 내일이면, 하면서 지금 이 순간적으로 사라져 가고 있는 이 오늘을 살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내일을 오늘로 살아갈 사람들은 그 내일을 또 그들의 어제로 어제로 순간 순간 보내면서 그들이 기대를 걸고 사는 그 내일을 내일, 내일, 내일이면 하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은 그들의 미래였던 이 현재를 큰 기대와 욕망으로 살다가 그 기대와 욕망을 다 채우지 못하고 죽어갔을 것이며, 현재를 살고 있는 우리들은 우리들의 이 순간적인 현재를 살아가면서 기대와 욕망의 고독을 다 채우지 못하면서 현재를 과거로 밀어 넣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미래에 살 그들은 우리들이 다하지 못하고 떠나야 할 그 미래를 그들의 현재로 살아가면서 또 그들의 미래를 기대에 걸고 살아갈 것입니다.
이렇게 시간은 인간들에게 다 채우지 못한 꿈과 욕망을 남기면서 미래를 현재로, 현재를 과거로 밀어 넣고 있는 겁니다.
꿈과 욕망은 항상 시간 속에 남으며 그 꿈과 욕망을 꿈꾸던 인간들은 바뀌고 바뀌고, 끊임없이 바뀌며 그 꿈과 욕망을 다 잡을 수가 없는 겁니다.
우리는 어제(과거) 사람들이 다 하지 못하고 남긴 꿈과 욕망을 살다가, 또 다하지 못한 채, 그 다하지 못한 꿈과 욕망을 남기어 놓고 죽어가는 겁니다. 그리하여 내일(미래)에 살 사람들은 우리가(현재, 오늘) 다 하지 못한 채 남긴 그 꿈과 욕망을 살 것이며, 그들도 그 꿈과 욕망을 다하지 못한 채, 그 다하지 못한 꿈과 욕망을 남겨 놓고 죽어서 사라져 갈 것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꿈과 욕망을 이어가면서 현재로는 순간적인 존재를 살다 가는 부질없는 시간의 먼지입니다. 이 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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