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87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6-06 15:14
조회수: 317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당신이 무작정 좋았습니다

서러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외로운 까닭이 아니올시다

사나운 거리에서 모조리 부스러진
나의 작은 감정들이
소중한 당신의 가슴에 안겨들은 것입니다

밤이 있어야 했습니다
밤은 약한 사람들의 최대의 행복
제한된 행복을 위하여 밤을 기다려야 했습니다

눈치를 보면서
눈치를 보면서 걸어야 하는 거리
연애도 없이 비극만 깔린 이 아스팔트

어느 이파리 아스라진 가로수에 기대어
별들 아래
당신의 검은 머리카락이 있어야 했습니다

나보다 앞선 벗들이
인생을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한 것이라고
말을 두고 돌아들 갔습니다

벗들의 말을 믿지 않기 위하여
나는
온 생명을 바치고 노력을 했습니다

인생이 걷잡을 수 없이 허무하다 하더라도
나는 당신을 믿고
당신과 같이 나를 믿어야 했습니다

살아 있는 것이 하나의 최후와 같이
당신의 소중한 가슴에 안겨야 했습니다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이렇게 될 줄을 알면서도.


詩想노트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는 프랑스의 유명한 샬 보들레르(Pierre Charles Baudelaire, 1821~1867)는 “시는 하나의 숭고한 미에 대한 인간의 열망이다.”라고 말하고, 독일의 시인 릴케(Rainer Maria Rike, 1875~1926)는 “시는 경험이다.”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시인 프랑크 오하라(Frank O'Hara, 1926~1966)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습니다.
“나는 시에 있어서 경험하는 대로의 세계에 충실하려 한다. 미화하려 한다든지, 대답을 하려 한다든지, 과장을 하려 한다든지, 하지 않고 경험이 일어난 그대로의 형식을 쓰려 한다. 나의 시는 몽롱한 경험을 알기 쉽게, 그 세부를 재현하려 한다.”라고.
프랑크 오하라 시인은 뉴욕파의 대표적인 시인이라고 합니다. 그는 1926년 미국 볼티모어에서 출생, 뉴 잉글랜드에서 성장, 하버드 미시간 대학에서 수학을 하고 1951년 이래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일을 하며 아트뉴스(Art News)를 편집한다고 합니다.
나는 이 프랑크 오하라 시인의 시작태도처럼 주로 나의 경험에서 동기가 되어 시들을 뽑아내곤 했습니다.
그러니까 나의 시는 나의 인생, 그 자체라고 하겠습니다. 나의 긴 생애라고 하겠습니다. 거진 나의 정신의 전기라고도 말하겠습니다.
테마가 내 정신세계이고, 소재가 내 자신의 경험과 그 생존형태이고, 영어가 내 자신의 모국어, 그 전부입니다. 그리고 시의 솜씨가 과장이 없는 내 자신의 지식이고 재주입니다.
따라서 나의 시는 그 모든 나의 경험이며, 정신적 요구였었습니다.
그 현실적 경험과 끊임없는 정신적 요구(꿈)로 나는 항상 나의 내일을 살려고 했던 겁니다. 그러한 것들이 나의 시세계였습니다.
보는 것이 나의 시요, 그림이요, 듣는 것이 시요, 그림이요, 생각하는 것이 나의 시요, 그림이요, 움직이는 것이 나의 시요, 그 그림이요, 이렇게 사는 것이 나의 시요, 그림이요, 나의 인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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