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48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1-20 12:56
조회수: 182
 

먼 곳


“젊은이, 먼 곳으로 가나?”
“네, 먼 곳으로 갑니다.”

영화 '스펜서즈 마운틴'의 마지막 장면
시골 버스 안에서의 이 마지막 대사,
그렇다, 인간은 누구나
먼 곳으로 가고 있는 거다.

목숨 떨어질 때까진, 이 세상에서
떨어져선, 저 세상에서

아버지의 꿈이었던 스펜서즈 동산을 매각
학비를 마련해
대학이라는 큰 욕망의 전당을 향하여
아들을 떠나보내는 시골 버스 정거장 풍경
농부 일가들이
어쩌면 그렇게도 한국의 정경과 같으리

큰아들이 성공, 대성해야
집안이 크게 일어서서
아들, 딸들이 교수, 의사, 대통령까지도 된다는
아메리카 서부 개척 시대의 꿈
얼마나 갸륵한 갈망들이랴
실로 먼 길이다

“젊은이, 먼 곳으로 가나?"
“네, 먼 곳으로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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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노트

옛날, 내가 동경고등사범학교에 다닐 때였습니다. 겨울 방학을 이용해서 문학적인 유서가 많은 나가노현을 여행했습니다.
나가노라는 곳으로(기차로) 가는 도중에 고모로(小諸)라는 작은 곳이 있습니다. 나가노는 나가노현(도)의 행정수도입니다. 고모로는 일본에서 유명한 시마시키도오손(島崎藤村)이라는 시인의 시 「고모로고성古城에서」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곳입니다. 이 「고모로 고성에서」는 일본 중학교 교과서에도 실려 있어서 일본 온 국민이 외다시피 하고 있는 시입니다.
이 고모로라는 정거장을 기차가 지나가길래, 그곳에 내려서 사진이라도 찍을까, 생각했더니 나가노로 가는 급행열차라 그랬는지 쉬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옆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었던 여학생에게 “이곳이 고모로입니까?”라고 말을 건넸습니다. 아마 중학교 1학년, 아니면 2학년쯤 되는 여학생이었습니다. 기차는 날이 저물은 고산지대를 쉴새 없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차안은 어둑어둑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 여학생은 다짜고짜 “시마사키 도오손의 고모로는 저 산쪽입니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나는 의외의 대답에 놀랐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문학적인 대답이 금방 나올까 하고 나는 호기심과 기쁨과 다정한 마음으로 '어디까지 갑니까?" 하고 되물었습니다. “이다음 역 시노노이까지 갑니다” 대답을 하자 나에게 “고교와 도코데스카?”(고향은 어디입니까) 하고 물어왔습니다. “게이죠데스”(서울(경성) 입니다)라고 하자 “이키다이 데스네(가고 싶은데요)라고 말을 이었습니다. 그래서 “신세키데모 오리마스카?”(친척이라도 있습니까?) 물어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이에, 다다 도오이다케니 이키다이데스”(아니요, 다만 멀어서 가고 싶습니다)라고 응답을 했습니다.
나는 그 말에 한 대 맞은 것 같은 감흥으로 한참동안 멍하니 스쳐가는 차창의 울창한 나무숲만 내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먼 곳을 그리워하고 동경하는 본능을 가지고들 있는 겁니다. 그것이 어느 지리적인 지역이든 정신적인 꿈이든 먼 곳을 쉬임없이 그리워하며 동경하고 있는 존재들입니다.
이렇게 항상 그리워하고 동경하는 곳에 꿈이 있고, 시가 있고, 발견이 있고, 창조 창작이 있고, 발전ㆍ진보가 있는 게 아니겠습니까?
시는 실로 이 먼 곳을 찾아가는 작업이 아닐까. 그 미지의 세계를 끝없이 열렬히 동경하며 찾아가는 영혼의 길이 아닐까요.
나는 대학 4학년에 있었던 ‘현대시론’ 강의 시간에 꼭 이 고모로의 소녀를 첫 시간에 이야기하곤 했습니다. “시는 먼 미지의 세계를 동경하는 뜨거운 영혼(정신)”이라고.
위의 작품은 미국 어느 시골에서 있었던 가정 이야기를 그린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고 쓴 시입니다.
미국 한 농촌에 가난한 농가가 있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아들 딸 여럿이, 그리고 할아버지가 한 가족이었습니다.
그 한 가족이 근근이 열심히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 넉넉하지 않은 재정으로.
그 아버지는 강이 흐르고 있는 넓은 평야가 내려다보이는 전망 좋은 언덕에 터를 잡아서 집을 새로 마련하려고 터전을 닦고 재목을 나르고 깎고 하면서 건축중에 있었습니다. 그 집을 완성하는 것이 그 아버지의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장남, 차남, 딸, 딸, 딸 많은 자녀들의 학비가 문제가 되었습니다. 워낙 넉넉치 못한 가정이라 밤마다 부부는 어린이 교육이 걱정이었습니다. 장남이 우선 대학에 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버스로 한참 가야 하는 곳에 작은 도시가 있고 그 도시에 작은 대학이 있었습니다.
장남이 우선 대학엘 가서 졸업하고 좋게 풀려야 그다음 아이, 그다음 아이 모두들 공부를 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부부의 생각이었습니다.
생각하고 생각한 끝에 아버지는 큰 꿈을 가지고 건축 중이었던 집을 포기하고 그 돈으로 장남 학비를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결심이 내려지자 짓고 있던 건축물에 불을 지르고 그 언덕을 내려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튿날 시골 버스 정거장에 온 가족들이 나와서 그 장남이 타고 갈 버스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전송을 하고들 있었습니다.
크게 성공을 해달라고.
이런 것, 우리 한국의 사정과 같은 것을 보면서 나는 한없이 눈물을 흘린 적이 있습니다. 꿈입니다. 인생은 한마디로 이러한 꿈입니다. 꿈이 있어야 내일이 열리고 그 먼 미래가 열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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