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23호 동방살롱 (2009년 12월 7일)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09-12-07 14:56
조회수: 5087
 
                   동방살롱
                           -명동소묘


                   동방살롱은 한국의 예술가들이 모이는
                   다방이다
                   예술가들은 담배를 많이 피운다
                   예술가들은 돈을 귀찮게 생각한다
                   예술가들은 오로지 사랑에 산다
                   예술가의 사랑에선 커피 냄새가 난다
                   예술가들의 애인들은 인내심이 있어야 한다
                   예술가들은 밤을 새워서 슬픔을 마신다
                   예술가들은 밤을 새워서 슬픔을 나른다
                   동방살롱엔 방울새 같은 소녀가 차를 나른다
                   동방살롱엔 까아만 스웨터를 입은 소녀가 차를 따른다
                   동방살롱엔 어머니 같은 부인이 우리를 기른다
                   동방살롱 오후 다섯 시 자욱한 연기
                   동방살롱은 한국 예술가들이 모이는
                   그리운 다방이다

                                                                                               - 시집 『서울』중에서


전략……
   이 시는 명동시절 '동방살롱'의 축제 때 그 살롱에서 읽었던 시입니다. 열거가 좀 지루한 감이 들지만, 당시의 동방살롱의 분위기는 이러했습니다.
   한때 연극을 하던 이해랑 씨가 이 동방살롱을 인수해서 경영하기도 했습니다. 매일같이 이해랑씨 부인이 카운터를 보곤 했습니다. 이 시는 그 이해랑씨가 주인을 하던 시절 벽에 걸려 있었습니다.
   동방살롱은 가난한 문인들이 마음놓고 휴식하라는 고마운 뜻에서 김모라는 사업가가 세운 건물의 아래층에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고마운 김 사장은 그해 여름 밤섬에서 있었던 문인(文人) 카니발에서 마포로 오던 중 사람들이 너무 많이 타서 배가 뒤집히는 바람에 아들하고 함께 익사를 했던 겁니다. 애석하기 짝이 없습니다. 비오는 날 장례식은 동방살롱 공지에서 문인장(文人葬)으로 있었습니다.

중략……
   지금 명동은 이래저래 상인들의 거리로 변해 버렸습니다만, 그 시절의 예술인들의 향기는 좋은 추억으로 우리들 가슴 가슴에 남아 있습니다.


                                  조병화․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자란다』 p.95 (문학수첩, 19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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