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27호 (『세월은 자란다』 이후의 이야기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11-08 16:55
조회수: 111
 

188. 1999년 12월 21일, 예술원에서 나에게 주는 ‘공로패’ 증정이 있었고, 이어서 저녁 회식이 있었다. 이렇게 공로패까지 받고 보니, 매사가 고마울 뿐이다. 실로 따뜻한 송별이었다.
  이것으로서, 나는 이 사회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공적인 일에서는 완전히 떠나게 되는 셈이다. 참으로 긴 세월, 쉬지 않고 공적인 일을 맡아 살아 온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요즘, 50대 후반에서 60대 들어서서 거의 젊은 나이로, 퇴직이니, 정년이니, 명퇴(명예퇴직)니 하는 판에, 이렇게 79세까지 지루하지 않게 공적인 일을 해 왔으니 말이다.
  이제부턴 시 쓰는 일밖엔 없어졌다. 시상이 계속하는 한. 이런 면에서는 참으로 예술가들은 복 많은 사람들이다. 죽을 때까지 자기 일을 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가난하고, 어렵고, 항상 불안한 인생을 살아왔지만, 늙어서 익어 가는 인생의 여유 있는 만족감, 이러한 것을 느끼는 것이다.
  참으로 문인으로 이 세상, 이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큰 모험이 아닐 수 없다. 문화대국으로 신년이 열린다고 하나, 가난해서야 살아가기 힘든 일 아니겠는가. 문인들의 수입을 가지곤 언제나 초라한 인생이지. 다행히도 나는 이쯤 살고 있어서 아무런 불편은 없지만, 문인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정신적, 경제적, 그 시대, 그 사회가 왔으면 한다.
(『편운재에서의 편지』, 118~1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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