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122호 (2009년 11월 17일)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09-12-07 15:00
조회수: 4426
 
                    소리 없이 밤이 내리면


                   소리 없이 유리창에 밤이 내리면
                   당신이 없는 이 침실은 그대로 무덤

                   인색한 애정에 상한 산비둘기처럼
                   마음의 날개를 접고

                   나 돌아가는 길
                   영원이라는 것이 있다면 당신을 만나서 헤어지는 것

                   공기와 같이 냉기와 같이 사라지는 자리
                   소리 없이 유리창에 밤이 내리면
                   당신이 없는 내 가슴은 빈 당신의 무덤
                   인색한 애정의 부스러기를 밟으며
                   나 돌아가는 길.



   제5시집 『사랑이 가기 전에』에 수록된 작품입니다. 이 시집은 인생 삼십대, 내 지독히 외롭던 피난 시절부터 서울 수복 후 그날까지, 나에게 살아있는 뜻을 이어준 고마운 한 여인, 한 동행(사랑)에게 주는 마음들로 되어 있습니다.
초판이 나오자마자 곧이어 재판, 삼판이 간행되었습니다. 이 시집이 중판을 거듭하게 됨으로써 나는 뜻하지 않는 사랑의 시인이라는 명칭도 받아가며, 혹은 센티멘털한 시인이라는 낙인도 찍혀가며, 혹은 대중시인이라는 평도 받아가며, 별별 뜻하지 않은 구구한 억측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어야만 했습니다. (199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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