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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59호 바 갈릴레오- 명동소묘 (2010년 8월 24일)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0-09-17 12:19
조회수: 3884
 
                     바 갈릴레오- 명동소묘

                                                       조병화

                     명동은 지금 서북 사투리
                     개척지의 밤

                     날개를 밤에 접고 입술에 젖은 여인들이
                     야정(夜情)에 억센 가슴에 탄다

                     서머타임 열 두 시 부근
                     길가의 시간은 빈 참회의 시간
                     밤은 지폐의 피를 빨며
                     혈액을 마시며

                     오 페퍼민트
                     푸른 술이여 밤의 기항(奇航)이여
                     밤을 몽땅 잡혀도 모자라는 사랑이여 외로움이여
                     차지 않는 마음이여
                     비 새는 정이여

                     - 나는 당신의 것입니다

                     명동은 서북 사투리
                     밤이 그대로 내 곁에 주저앉아
                     내 곁에 새는 막힌 골목이다                            

                                                 조병화,『서울』

술집에 주인이 자주 바뀌면 정이 들지 않는다.
항상 어색한 기분이기 때문이다.
명동은 정말 자주 술집 주인이 바뀌는 곳이다. 다방도 그러하다.
그런데 몇 군데 자주 갈리지 않는 곳이 있다.
그러한 술집 중 한 곳이 이 정다운 ‘갈리레오’다.
주인이 자주 갈리지 않는 곳엔 우리들의 회상,
이야기 같은 것이 오래 묻어 있는 법이다.
우리들의 ‘갈릴레오’는 한 삼 사 년 우리들이 다니는 스탠드바이다.
손님들이 항상 많다.
(중략)
우리들이 아는 그룹들 중엔 코주부 김용한을 중심으로 한 그룹,
송지영을 중심으로 한 그룹,
소설가 박계주를 중심으로 한 주로 영화인들의 그룹.
그리고 무애 양주동, 정음사 최영해, 소설가 정비석,
소천 이헌구, 이산 김광섭, ……,
이러한 여러분들이 동석인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곳에서 무애 선생을 만나면 참으로 즐거운 밤이 된다.
그대로 옛 시의 싯구절, 옛 문인들의 이야기들, 즉흥시의 구절,
좔좔 쏟아져 나오는 것이었다.  
(중략)
노마담은 머리가 비상한 여인이었다.
우리들이 시 구절을 내놓으면 금방 외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머리가 좋고서야 할 만큼 머리가 좋았다.
우리는 노 마담의 기분으로 가끔 만취가 되곤 했다.
마담의 동생 스몰 노 또한 마음씨가 칼날같이 깨끗한 사람이다.
모두 신의주가 고향이라 우물쭈물 하지 않는 성격들이다.
이 시는 이렇게 이 집을 중심으로 하여
명동 스탠드바 풍경과 생활인의 분위기를 그린 것이다.

                          조병화,『고백』, 오상, pp. 292-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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