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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金起林씨와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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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범, 장이욱, 김기림, 선우휘, 조윤제, 장만영, 김경린, 신석정, 김광균, 양병식, 이봉구, 박인환, 백 철, 박기준, 송지영, 박목월, 김용묵, 이현구, 이하윤, 서정주, 황순원, 홍효민, 조지훈, 박두진, 최태응, 조연현, 이 한, 이진섭, 김원규, 김광주 <등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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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기념회를 다시 하지 말라고 한 장만영 시인의 말을 어기게 되었다. 같은 서울고등학교에서 지리를 담당하고 있는 김용묵(金龍黙) 선생이 박목월 시인을 소개하고 박목월 시인이 사회를 보는 거로 공적인 출판기념회를 갖자고 하는 바람에 언뜻 어머님을 모시자는 생각이 들어서 모든 것을 두 분에게 일임했다. 그때 박목월 시인은 이화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 선생을 하고 있었다.
장소는 옛날 경향신문사가 있던 자리 바로 그 옆에 있었던 ‘플라워’라는 다방. 이곳은 민족진영의 소위 우익 문인들이 자주 출입하는 곳이었다(소공동 미도파 서편, 조선호텔 건너편).
모두 처음 보는 문인들이었다. 사회 박 선생의 소개로 이름들이 지나가고 악수가 지나가고 축하한다는 인사가 지나갔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문인들은 이헌구·이하윤·서정주·황순원·홍효민·김광균·조지훈·장만영·박두진·최태응·조연현·이봉구·이한직·박인환·이진섭...... 하도 옛날이고 처음 인사하던 문인들이라 기억이 아름아름하다. 하여간 많은 문인들이 참석해주었다. 황순원 선생은 나하고 같은 서울고교에 있었다. 김원규(金元圭) 교장을 비롯해서 많은 서울고교 선생들이 참석해주었고, 내 옆자리엔 어머님이 앉아 계셨다.
이차 주석엔 김광주(金光洲)선생도 있었다. 그날 밤 얼마나 술을 마셨던지 장안이 뱅뱅 돌았다.
이튿날 잠이 깨서 전날 밤 받은 사인북을 한장 한장 넘기면서 그 얼굴들을 머리에 떠올려보았다. ‘우리나라 시의 거목이 되시오, 서정주’ ‘이번 시집엔 한자가 너무 많소, 김광균’ ‘서글픈 사회, 박목월’, 이런 말들이 보였다. 지금도 내 서재 어디에 그날의 이 사인북이 있으리라.
나는 다음날 장 시인을 찾아가서 “어쩔 수 없이 출판기념회를 열게 되었습니다.” 하고 사과를 했다. 나는 이 출판기념회로 인하여 많은 문인들을 알게 되고 명동 소공동, 어느 다방 어느 술집에 가서도 인사를 나누는 분들이 일시에 늘어갔다.
말하자면 나는 이렇게 김기림 시인을 중심한 도시파 시인 ㅡ 모더니즘의 시인들에 끼어 문단에 데뷔하게 되고, 문단적으론 민족진영의 물결을 타고 문학의 대하에 들어섰던 거다.
동맹은 좌익이었고, 협회는 우익이었고, 여기도 저기도 가담하지 않았던 것이 소수 지성의 도시파들이었다.
참으로 떠난 세월, 떠난 사람, 떠난 벗들이다. 김기림도, 장만영도, 이봉구도, 조지훈도, 조연현도, 박인환도, 이진섭도, 홍효민도, 이헌구도, 이하윤도, 이한직도, 다 훌쩍 떠나간 이름들, 그립다는 말은 너무 나약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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