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03호 백스물두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8-06-08 10:49
조회수: 102
 


  지난 오월 삼일, 석가님 오신 날 아내와 나의 비석을 세웠습니다. 아내의 비석을 세우면서 나의 비석도 미리 세워 놓았습니다.
  겸해서 나의 묘비명 시비 ‘꿈의 귀향’ 도 세웠습니다. 누구에게 하나 금전적으로 신세를 지고 싶지 않은 평소의 나의 인생관에서 나온 발상이었지요.
  이 세상 살아오면서 인간은 서로서로 신세를 지면서 살아오는 것이 인생이지만, 돈이 드는 일에는 신세를 지고 싶지 않은 나의 성격 때문이었습니다. 아내에게도 그렇게 평소를 살아왔습니다.
  밤새 비가 내리고, 아친 내내 계속 비가 내려서 비가 내려도 비석을 세운다는 기별을 미리 용인 석재상에 해 놓았지만 이만저만 걱정이 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참으로 이상한 것이 내가 큰일을 하는 날에는 반드시 비가 내리더니, 이날에도 이렇게 비가 내릴 줄이야.
  그런데 차로 용인까지 오면서 줄곧 비가 내리더니, 용인부터는 날이 개이기 시작을 했고, 비석을 새우면서는 날씨가 멀쩡히 개여서 상쾌한 오월을 느끼면서 행사를 했습니다.
  이런 현상은 오월 칠을 아미타 불상을 시골에 모시는 날에도 매한가지였습니다.
  일본 규슈(九州)에 계시는 시게마스 미치오(重松 三千男) 님이 손수 만드신 아미타 불상(무량수불, 목각)을 오월 육일, 일본에서 서울로 모시고 와서, 그 부처님을 시골 문학관에 모시려, 미치오 님과 민속 학자로서 한국 무속을 연구하시는 그 따님 마유미(眞由美) 님과 함께 난실리 내 고향으로 내려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때도 온종일 비가 내렸습니다.
  참으로 나의 일생은 이렇게 비와 인연이 깊이 있는 것 같습니다.
  천구백사십오년 구월 십삼일 아내와 결혼하던 날에도 큰 비가 내리더니, 아내의 묘비를 새우던 날에도 아침 결에 큰 비가 내리고, 부처님 모시던 날에도 큰비가 내리다니, 참으로 이상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의 장례식 날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으면 싶습니다.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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