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559호 열여섯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8-05-09 13:47
조회수: 122
 

  더욱 화창한 오월, 그 여름으로 계절이 접어들었습니다. 라일락꽃이 피는 이 오월, 그 향기 속에 나의 생일은 오늘 이렇게 왔습니다만, 나의 인생은 왜 그렇게 어두웠는지. 나의 성격 때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실로 성격은 운명이요, 운명은 그 성격에서 오는 것 같습니다. 이런 시를 썼습니다. 이 아침에.

  지구는 밤과 낮의 자리를 바꾸어 가며
  스스로를 돌며 하루를 살고
  나는 지금 지구에 실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자리를 바꾸어 가며
  해의 주위를 76년 동안 돌며
  27,740일의 날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1996년 5월,
  내가 이 지구에 나온 날
  그 꽃피는 계절, 그날을 돌고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빨리 돌며
  정신없이 살았고
  정신없이 바빴고
  정신없이 그리웠고
  정신없이 사랑했고
  정신없이 헤어졌고
  정신없이 외로웠고
  정신없이 버렸습니다

  버리는 것이 그리웠던 것이고
  그리웠던 것이 버리는 것이었고
  운명에 잡혀, 지금 나는
  바람이 다 살다 간 자리에
  외톨로 있습니다

  아, 운명이여,
  내 안에 숨어서 태어난
  그날의 불씨여.

  즉흥적으로 나오는 대로 적은 것입니다. 이렇게 나는 아직도 인간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고민하는 벌레이옵니다. 초탈하려 노력하면서도, 할 수 없는 시인의 운명이겠지요.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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