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림金起林씨와 그 주변
-----------------------------------------------------------------------------
신기범, 장이욱, 김기림, 선우휘, 조윤제, 장만영, 김경린, 신석정, 김광균, 양병식, 이봉구, 박인환, 백 철, 박기준, 송지영, 박목월, 김용묵, 이현구, 이하윤, 서정주, 황순원, 홍효민, 조지훈, 박두진, 최태응, 조연현, 이 한, 이진섭, 김원규, 김광주 <등장 순>
-----------------------------------------------------------------------------
그가 죽은 뒤(1983.1.29. 작고) 나는 다음과 같은 추도시를 썼다.
당신은 이제, 세월 속으로
사라진 이름
한 백 년, 한 오백 년, 후에나 솟아오를까
무거운 시간 밑으로 캄캄히
한없이 가라앉아간다.
당신이나, 나나, 한국의 예술가들이
가난으로 끼니를 이으며
정신의 고향을 상실한 채
불안한 연대를
자존과 양심
그 의지할 곳을 찾아
절어드는 고독을 마시며 떠돌던
명동은, 지금
돌체도 모나리자도, 갈채도, 동방살롱도
무궁원, 명동장, 명천옥, 갈릴레오, 은성도
흔적 없이 사라지고
돈이 흐르는 골목 골목
어제와 내일이 아랑곳없는 사람들의 물결
팽창한 현실이다
변한다. 변한다! 하지만
이렇게 변할 줄이야
그 옛날 몽파르나스의 밤을 거느리던
시왕詩王 폴 포르(Paul Fort)의 파리
그 파리의 향기는 지금도 남아
늙을 줄을 모르는 사랑의 노래를
엮어 내리지만
명동明洞의 백작伯爵으로 당신이 군림하던
그 명동은 지금
여인의 구두와 잡화의 범람
당신이 그리던 예술의 바람은 간 곳이 없다
엘레지! 당신이 좋아하던
예술에 있어서의 엘레지의 문학은
거센 인파에 떠내려가고
남은 언덕
남은 언덕 위에서
남은 사람들이 당신을 묻는다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을까
그 재치, 그 웃음
밤마다 주점에서 우릴 즐겁게 하던
당신의 명동 목소리
밤이 텅 비어가오.(현대문학 83. 3월호)
이렇게 그는 가고, 남은 우리들에게 수많은 일화를 이어간다. 그 하나로 ‘서장 초대’가 생각난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