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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金起林씨와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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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범, 장이욱, 김기림, 선우휘, 조윤제, 장만영, 김경린, 신석정, 김광균, 양병식, 이봉구,
박인환, 백 철, 박기준, 송지영, 박목월, 김용묵, 이현구, 이하윤, 서정주, 황순원, 홍효민,
조지훈, 박두진, 최태응, 조연현, 이 한, 이진섭, 김원규, 김광주 <등장 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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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는 현실적으로 경성사범학교 물리 선생을 하면서 방과 후에 럭비 코치로, 감독으로, 부장으로 후배들과 같이 운동장을 뛰곤 했다. 그러나 하나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언제나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하는 암담한 절망뿐이었다.
그러다가 어떻게 되어서 편석촌과 만나게 되었다. 같은 학교에 매일 같이 출근을 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지금도 어떻게 편석촌이 나의 시편들을 읽었는지는 모른다. 하여간 그렇게 되어서 그와는 시를 사이에 두고 가까이 지내게 되었다. 위에서 말했듯이 그가 그렇게 큰 시인 인지는 몰랐다.
충신동에 있는 이층집 그의 집에 저녁 초대를 받았다. 처음 방문한 그의 서재, 양서로 가득 찬 그의 서가를 보고 나는 과연 대단한 사람이로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문학하는 사람의 방이로구나 하는 생각과 더불어.
투명한 목소리, 인자한 얼굴, 예지가 흐르는 동작, 깔끔한 모습, 빈틈없는 생각에서 나오는 말, 하나하나가 정돈되어 흐르는 순간 순간,
번쩍이는 위트, 농담, 조심스러운 말의 경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을 폭넓게 이어놓고 있는 깊은 존재의 공간, 자기통제.
이러한 분위기를 그는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내가 동경고사에서 물리화학을 전공한 것을 매우 존경해주었다. 그는 술에 약했다. 맥주 두 컵이면 얼굴이 벌개지면서 말의 속도가 빨라졌었다.
그의 문학에 관한 지식, 나에겐 바다와 같이 느껴졌었다.
그 후 나는 서슴지 않고 쓸쓸할 땐 쓸쓸한 시를 가지고 그와 만나곤 했었다. 그의 시집 태양의 풍속 기상도도 그 무렵에 읽었었다.
국대안은 드디어 통과되고 경성사범학교는 서울사대와 부속중학교(6년제)로 정착되어갈 무렵, 은사 신기범 선생이 서북청년학생들에게 몽둥이로 맞아 자택 골목길에서 작고를 하셨다. 좌익학생들을 옹호했다는 거다. 정치적으로, 사상적으로, 인간적으로, 중도에 서셔서 교육자의 자리를 지켜나가셨던 것이 이런 결과를 가지고 온 것이다. 이것이 1947년 1학기.
나는 모교의 이 꼴을 볼 수가 없어서 마침 인천중학교(6년제) 물리 선생으로 오라고 교장(길영의 선생, 히로시마 고등사범학교 사학과 출신)이 만나러 왔길래 그러자고 했다. 1947년 9월 학기부터.
그러나 나는 서울로 다시 올라왔다. 서울고등학교 물리 선생으로, 그것이 1949년 2월 7일인가 그러했다. 올라오자마자 편석촌을 만났다. 그때 편석촌이 시집을 내자고 했다. 나는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 망설였다. 그 길로 그는 장만영(張萬榮) 시인이 잘 가는 ‘가로수(?)’라는 다방으로 나를 인도했다. 이 다방은 조선호텔 건너편 소공동 언덕에 있었다. 여류수필가 C여사 어머님이 경영하고 있었다. 소위 장안의 인텔리들이 단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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