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33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11-13 14:55
조회수: 162
 

바람과 구름


바람과 구름은 같이 삽니다

바람 가는 대로 구름은 갑니다
바람 머무는 대로 구름은 머뭅니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바람과 구름은 같이 합니다

하늘과 땅, 이 이승 천지를
언제부터인가
바람만 홀로 불고 있습니다

외톨로.


詩想노트

나는 호를 지금 片雲(편운)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그 옛날 한참 청년 시절엔 이름 석자를 가지고 다니는 것도 무거운데 호는 무슨 호란 말인가 하고, 호를 가지고 있는 사람까지도 우습게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1963년 어머님의 묘막으로 지은 산막을 편운재(片雲齋)라고 한 이후 때에 따라서는 나도 호를 편운(片雲)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하늘에 떠가는 구름 조각, 이렇게 생각을 하니 그럴듯해서 마음이 놓이곤 했습니다.
그래서 나이 늙으면서 떳떳하게 편운이라는 호를 써오곤 합니다. 작년부터 시상을 하고 있는 나의 문학상도 조병화 문학상이라고 하지 않고 편운문학상(片雲文學賞)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나는 구름입니다. 발없는 구름처럼 바람에 이끌리면서 살아가는 약한 구름입니다.
사실 나는 발이 없습니다. 발이 없는 약한 구름입니다. 발이 없기 때문에 내가 내리고 싶어도 내리질 못하는 약한 조각구름입니다.
구름은 바람과 같이 살게 마련입니다. 구름과 바람은 이 세상 하늘의 동반자이지요.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내가 죽어서 사라졌다고 생각을 해보십시오. 하늘엔 바람만 남을 뿐입니다.
그러한 나의 종말 뒤에 오는 하늘, 바람만이 혼자 남아도는 그러한 세상을 이렇게 그려 본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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