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19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9-26 13:55
조회수: 269
 

눈에 보이옵는 이 세상에


눈에 보이옵는 이 세상에서
눈에 보이지 아니하옵는 저 세상에
훅, 떠나신 지
어언 수삼 년
당신의 말씀 그 목소리

얘, 너 뭐 그리 생각하니
사는 거다
그냥 사는 거다
슬픈 거, 기쁜 거
너대로
다 그냥 사는 거다
잠깐이다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리고

눈에 보이옵는 이 세상에서
눈에 보이지 아니하옵는 저 세상에
훅, 떠나신 지
어언 수삼 년
당신의 목소리 그 말씀

얘, 너 뭐 그리 혼자 서 있니
사는 거다
그냥 사는 거다
슬픈 거, 기쁜 거
너대로 다 그냥 사는 거다
그게 세상
잠깐이다.


詩想노트

이 시는 시집 󰡔어머니󰡕라는 책에 실려 있는 시입니다. 어머님이 작고하신 것은 1962년, 음력 6월 3일, 이 󰡔어머니󰡕라는 시집에 출판된 것은 1974년이었습니다.
나는 어머니에 대하여 32편의 연작시를 써서 한 권의 시집으로 출간을 했습니다.
이곳에 주로 어머님의 말씀을 그 주제와 소재로 해서 쓰여진 시들이 모여 있습니다.
결혼 당시엔 한 번도 아내와 언쟁을 하지 않고 평생을 지내려 했었는데 그렇게 되지 못하고, 서로의 개성, 서로의 자존심 때문에 참으로 많은 언쟁을 가정에서 했었습니다.
이따금 혜화동 나의 집에 들르곤 하시던 어머님을 참으로 마음 아프게 해드렸었습니다.
서로 싸우고 이층 나의 서재에 혼자 있는 나를 보고 늘 하시던 말씀, “얘 세상만사가 잠깐이란다.” 이 말씀이 늘 귀에 남아서 이 말씀을 테마로 해서 이 시를 쓴 겁니다.
사실 이 세상 산다는 것은 잠깐입니다. 이 잠깐 동안을 우리는 이런 일, 저런 일, 한 번도 편안하게 잘사는 일이 그리 없습니다. 제대로 자기 세상을 사는 일이 그리 없습니다.
나는 이 어머님 말씀을 늘 생각하면서 많은 것을 참고, 많은 것을 생각하면서 많은 것을 살아왔습니다.
잠깐인 이 세상을 나대로 살려고, 많이도 애를 쓰면서, 부지런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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