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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60호 파리 (2010년 8월 31일)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0-09-17 12:21
조회수: 3697
 
                     파리

                                                       조병화

                     향수와 연초 냄새 짙은 유럽 하늘 아래서
                     노트르담은 나이를 먹고
                     센은 사랑을 적시며 늙을 줄을 모른다

                     지지리 못생겼으나 목석이 아니어서 슬펐던
                     쓸쓸한 나의 벗은
                     지금 종소리 속에 간 곳이 없고
                     사랑은 남아서 노래를 기른다

                     애인은 바뀌어도 센은 그저 흐르는 것
                     시간을 여행하는 나의 마음아
                     센에 비쳐서 내가 흐른다

                     에뜨랑제―란 인간을 말하는 것
                     온 곳도 모르고 갈 곳도 모르는
                     나는 순수한 코리언
                     멀어서 마냥 슬픈 사람
                     손이 비어서 마냥 허전한 나그네

                     향수와 연초 냄새 짙은 유럽 하늘 아래서
                     노트르담은 나이를 먹고
                     나는 인간 나그네
                     센은 사랑을 적시며 늙을 줄을 모른다
                              

                                                조병화,『기다리며 사는 사람들』

     영국에서 프랑스로 건너왔습니다. 줄곧 우리는 PAA(판.아메리카) 항공사의 손님이었습니다. 그 당시엔 프로펠러 비행기였습니다. 제트 비행기가 없었습니다. 에펠탑이 있는 부근에 호텔을 잡고, 지도와 안내기로 길잡이를 삼아 매일 도보로 파리 구경을 다녔습니다.
                                  (중략)
   파리는 참으로 넓고, 시원시원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우연히, 실로 우연히 화가 권옥연씨를 만났습니다. 얼마나 놀라고 반가웠던지, 개구리가 비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음식점에 들러서 화가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학생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파리에 와있는 교포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에서 이옥 교수를 만났습니다. 이옥 교수는 파리 대학에서 한국학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이옥 선생님의 아버님은 이민 법무장관이었습니다. 주요섭 선생과 친하셨다고 했습니다. 대학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나는 밤마다 주요섭 선생을 방에 혼자 계시게 하고, 혼자 파리 시내를 쏘다녔습니다. 겁도 모르고
   수없이 개선문 거리를, 센 강변을, 파리 소르본 대학 거리를, 몽파르나스 거리를, 파리의 밤 냄새에 취하기 위해서 실로 힘도 좋게 걸어 다녔습니다. 이렇게 한 일 주일을 묵고 뮌헨을 거쳐서 오스트리아 비엔나로 갔습니다. 뮌헨에서 전혜린 여사로부터 김치를 만들어 놓고 기다린다는 엽서를 받았지만 여행 예정 때문에 들르지 못하고 그대로 비엔나로 갔던 겁니다.

                                조병화,『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p.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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