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32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11-10 14:40
조회수: 177
 

춘 분


오늘이면, 내일이면.......
지루하게 기다려지던 봄은
풀려들질 않고
오늘 이 춘분마저
때 아닌 폭설로 덮여 간다

언약은 없어도
해마다 이맘때면, 먼저
하늘에서
들에서
개울에서
나무 가지 가지에서
엷은 살옷으로 나타나는
봄의 기별

아, 그러나 올해는
음모처럼
모반처럼
심술처럼
배신처럼
길고 어두운 겨울
가난한 작은 기대가 가난한 대로
폭설에 유린당하고 있다

혼자이기 때문에 이 넓은
허허로움
그 속에서
망설이는 약속을 기다린다

오늘이면, 내일이면...
하고.


詩想노트

긴 긴 겨울이 풀릴 무렵의 기후와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이렇게 춘분(春分)을 소재로 나타내본 겁니다. 사실 이 무렵쯤 되면 겨울이 풀릴듯 말듯, 날이 풀릴듯 말듯, 꽃샘 바람도 강하게 불고, 때로는 눈보라도 치고 기후가 갈팡질팡하는 계절입니다.
따라서 계절이 갈팡질팡하는데 따라서 기분도 갈팡질팡하는 때입니다.
겨울이 완전히 간 것도 아니고, 봄이 완전히 온 것도 아니고, 으스스한 기분으로 보내야 하는 겨울과 봄의 이별의 길목에서 이러한 마음을 나는 느끼곤 하는 겁니다.
    
△ 이전글: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33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 다음글: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31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Copyright 1999-2024 Zeroboard / skin by en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