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26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10-20 14:19
조회수: 240
 
오 월
—편운재 언덕 위에서


라일락이 피는 언덕에 누워
새파란 오월을 치솟아 보고 있노라면
하늘엔 온종일 종달새 노래

긴 겨울을 이겨 낸 생명들만이 듣는
그 희열, 이 승리의 노래

사랑하는 사람아 그렇지 않은가
견디고 이겨낸 사랑만이
이 오월을 맞이하는 거
얼마나 추운 겨울이었던가
매서운 눈보라였던가
꽁꽁 얼어붙은 밥풀이었던가

오, 오월이여, 순결한 악수여
훨훨 라일락 피어 너울거리는
언덕 위에 누워 있노라면
사방 천지 온종일이 푸른 노래들이다.


詩想노트

나의 긴 인생은 정신적으로는 긴 엄동설한이었습니다. 현실적인 생활에 있어서는 안해본 것 없이 다 해보면서 외부적으로는 대단히 순조로운 평탄한 생활을 해 온 것 같으나, 정신생활에 있어서는 내 인생, 내 생애는 긴 긴 겨울이었습니다. 그 어두운 긴 밤의 계절이었습니다.
나이 70이 되어서 고희기념으로 33권까지의 시집에서 작품들을 추려 뽑아서 자선시집(自選詩集) 󰡔꿈󰡕과 신작 시집 󰡔후회없는 고독󰡕이라는 시집을 출판했습니다만 실로 나의 인생은 부질없는 꿈이었으며 긴긴 고독이었습니다.
그 긴긴 고독이 70을 넘어서부터 나를 좀 해방시켜 준 것같은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후회없는 고독’이라는 말을 썼습니다만, 긍정적 의미로서 꿈이었던, 부정적 의미로서의 꿈이었던, 꿈과 고독으로 70평생을 일관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아직도 남은 인생, 어떻게 언제 그 매듭이 지어질는지는 모르나 오늘도 그 꿈과 고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매일 스스로를 응시하며, 그것을 엮어가면서, 극복하면서, 엄동설한을 이겨나오면서, 되풀이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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