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21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10-03 14:11
조회수: 296
 

어느 오후


여학교 정문 앞을 지나다가
난데없이 쏟아져 나오는
소녀들의 대홍수
그 물결에 밀려
꼼짝 못 하고 있는 순간
이 소녀들이
어머니가 되어 아기를 둘씩 낳는다면?
하는 생각에
나는 확, 숨이 어지러워져
눈을 감는다

빙빙 지구가 돈다
사람이 돈다
이리 쏠리고
저리 쏠리고
여기도 가득히
저기도 가득히
후끈거리며 가득히 사람이 쏠린다

눈을 뜨면 아직도 흐르는
엄청난 소녀들의 물결
오후의 하늘이 여울진다.

오, 구원이여
나에게 빈 자리를.


詩想노트

내가 살고 있는 혜화동에 혜화여고가 있습니다. 전에는 혜화국민학교였는데, 지금은 혜화여자고등학교로 되었습니다.
어느 날 그 앞을 지나가다가 이렇게 쏟아져 나오는 여학교 학생들에게 둘러 싸였었습니다.
순간 사람으로 가득찬 우리나라가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구가 생각이 되었습니다. 그러자 이 시같은 시상이 머리에 떠올랐었습니
아, 이 학생들이 아이 둘씩만 낳아도 이 인구가 얼마나 늘어갈까 하는 아득한 생각이 들었었습니다.
실로 이 지구는 이제 어디나 빈 곳이 없어져 가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다간 사람이 서로 사람을 죽이는 엄청난 생존의 장이 될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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