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020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9-29 07:52
조회수: 277
 

유채꿀


아침마다 그 시간 그 자리
달리는 차창 안에서
8시 뉴스를 듣는다

오늘은, 봄에 들어선
먼 남쪽 제주도 소식
유채밭 유채꿀 이야기
꽃과 벌을 찾아 바다를 건너간
꿀벌 치는 사람의 이야기
오락가락치는 날씨 때문에
올해는 불경기라는 소식
들으며
노란 유채꽃으로 펼쳐지는
나의 머리
나의 가슴
나의 시야

바다,
바람,
물결치는 노란 꽃송이들,
한강의 하류에 걸친
안개낀 성산교를 넘으며
나는 나를 잃는다

해마다 봄이면
겉도는 나와 나
약속할 수 없는 나의 방향
오늘 아침엔
꿀벌 치는
제주도 남쪽 유채밭으로
나와 나는 모인다

아, 이 현실과 유리된 나의 연령
어데까지
나는 가는가.


詩想노트

이 작품을 쓸 때가 인하대학교 부총장 시절이었던가, 나는 매일 서울 혜화동 집에서 성산대교를 건너 경인 고속도로로 빠져 인하대학교로 직행을 하곤 했습니다.
그러한 아침 출근길에 라디오에서 들어오는 봄소식을 듣고 60을 넘은 나이에도 방황하던 나의 영혼, 그것들을 소재로 나의 봄철같은 인생 풍경을 그려본 겁니다. 유채꽃 피는 제주도를 연상하면서.
이렇게 보고 싶은 유채밭을 나는 지금까지 한 번도 못보고 있습니다.
봄철엔 하두 사람들이 모인다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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