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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려 가는 소
팔려 가는 소보다 쓸쓸한 풍경이
또 있으랴
시골 버스 창 너머로 줄지어 보이는
장터로 가는 소들
나는 그 눈들을 볼 수가 없다
강을 끼고 도는
어느 읍내 가까운 긴 장길
자동차 나팔 소리에 놀라며 피하며
두리번두리번 끌려가는
소들
그 순종에 젖은 한국의 눈물을
어찌 차마 볼 수 있으리
눈을 감으면 어렴풋이 보이는
먼 부처님 미소
죽음을 철학해 왔지만
나는 아직
죽어서 가는 길을 모른다
미련을 덜어내며 이쯤 살아 온 길
소망이 있다면 고통없는 죽음뿐
팔려 가는 소의 가슴으로, 오늘을
내게 내가 팔려 산다.
詩想노트
어느 해였던가, 나는 충청남도 홍성을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장날이었습니다.
시골 길은 시장으로 팔려가는 소들로 어지러웠습니다.
그 팔려가는 소들이 하도 가련하게 보여서 이러한 시정에 젖었습니다. 사실 그렇지 않습니까. 팔려가는 소도 가련하거니와 팔러가는 사람도 가련하게 보였습니다.
가난은 세계 어디에서나 가련하고 슬픈 것, 고달픈 것, 쓸쓸한 것, 어찌 맨눈으로 바로 보겠습니까
그저 눈물입니다. 가슴 절여지는 쓸쓸함이지요. 이 세상 나온 것이 슬픔이지요, 외로움이지요.
그러나 그것을 운명으로 알고 아름답게 새겨가야지요. 외로움을 아름답게 살아가는 것을 배우며 살아가야지요.
일본 영화 이름에 「이름도 없고, 돈도 없고 아름답게」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 이름도 있고 돈도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면서 아름답게 살아갈 수가 있다면 얼마나 더욱 좋겠습니까.
그런데 그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입니까. 실로 이름도 있고, 돈도 있고,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다면 이 이상 행복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나는 이렇게 인생의 불쌍한 광경을 볼 때에는 그 영화 제목을 상기시키곤 합니다.
“이름도 없고, 돈도 없고, 아름답게.”
이 세상에서 이름이 다가 아니고, 돈이 다가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겁니다. 실로 아름다운 마음으로 아름답게 살아가는 것을 알면서 살아가는 것처럼 행복한 일이 있을까요.
돈이 많고 이름도 있는 사람이 불행하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목격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실로 마음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때때로 생각하곤 합니다.
언젠가 아주 가난한 집에서 태어난 학생이 서울대학교에 수석으로 들어간 신문기사를 읽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학생은 기자보고 “가난하다는 것은 좀 불편할 뿐입니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얼마나 숭고한 말입니까.
지금도 이 말을 상기합니다. 그리고 팔려가던 농촌의 소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둥근 커다란 눈을 선히 보고 있습니다. 이 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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