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08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9-17 16:50
조회수: 55
 
69 호수

물이 모여서 이야길 한다.
물이 모여서 장을 본다.
물이 모여서 길을 묻는다.
물이 모여서 떠날 차빌 한다.

당일로 떠나는 물이 있다.
며칠을 묵는 물이 있다.
달폴 두고 빙빙 도는 물이 있다.
한여름 길을 찾는 물이 있다.

달이 지고
별이 솟고
풀벌레 찌 찌

밤을 새우는 물이 있다.
뜬 눈으로 주야 도는 물이 있다.
구름을 안는 물이 있다.
바람을 따라가는 물이 있다.
물결에 처지는 물이 있다.
수초밭에 혼자 있는 물이 있다.
      
                           시집 『먼지와 바람 사이』에서
-----------------------------------------------------------------------------                  
  1971년 말, 나는 나의 제 19숙(宿) 『별의 시장』을 떠나서 다음 숙소인 『먼지와 바람 사이』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제 20숙(宿) 『먼지와 바람 사이』에 도달한 것은 1972년 10월 20일(동화출판사 간행)이었습니다.
  이 시 「호수」는 숙소에 들어 있는 당시의 나의 생활, 나의 생각이었습니다. 다분히 교훈적인 뜻을 담은 것입니다. 학교(대학)라는 큰 호수에 맴돌고 있는 물방울들(학생 개개인들)로 생각해서 이 호수에서 오래 빙빙 돌다가 썩지 말고 자기의 꿈을 잘 찾아서 그 자기 꿈의 방향으로 빨리빨리 흘러가라는 것입니다.
  이럴려면 꿈이 든든해야 하고 그 방향이 확실해야 하고, 그 꿈을 따라갈 만한 능력(실력)이 있어야 하는 겁니다. 시원시원하게.
  인생을 평생토록 망설이다 세월 다 보내는 사람, 인생을 평생토록 길을 못 찾고 방황만 하다 마는 사람, 인생을 이렇다 저렇다, 이리도 가보고 저리도 가보다가 자기 길을 못 찾고 세월 다 보내는 사람, 인생을 자기만 지키다가 고독하게 쓸쓸히 세월 다 마치는 사람 등등 호수(인생의 현장)에 흘러드는 물줄기들을 여러 가지 인간 형상으로 비유해서 표현해 본 겁니다.
  물론 인생은 짧으니까, 되도록이면 자기 인생관을 빨리 세우고, 그 인생관에 맞는 좋은 꿈을 가지고, 그 꿈에 맞는 인생의 길을 줄기차게, 망설이지 말고 주저하지 말고, 중단하지 말고, 빙빙 돌며 시간 낭비하지 말고, 곧장곧장 자기가 가고 싶은 방향으로 시원시원하게, 기운차게 흘러내려야지요. 썩지 말고, 곪지 말고, 상하지 말고, 병들지 말고, 맑은 물로 깨끗한 물로.
  우리 인간들이 살고 있는 이 지구 광장은 실로 물이 사방에서 고여드는 호수와 다름이 없습니다.
  그 광장에서 자기 꿈이 확실하고, 꿈의 방향이 확실하고, 그 능력이 확실한 사람만이 이 거센 고독한 세월을 청빈 고고하게 살아가게 마련입니다.
    
△ 이전글: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09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 다음글: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07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Copyright 1999-2022 Zeroboard / skin by en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