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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주金光洲씨와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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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시절 제4시집 인간고도人間孤島를 출간했다(1954년 3월 20일, 산호장), 인천의 김양수(金良洙)가 주선해준 시집이다. 김양수는 나의 인천 제물포고등학교 제자이며, 실로 조숙한 문학 소년이었다. 그는 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과 한국평론가협회 회장을 지낸, 우리 문학 평론계의 대가가 되어 있지만, 그 당시엔 10대 문학 소년이었다. 인천의 한영사(韓英社, 인쇄소) 사장 김성민(金聖民)씨가 출판비를 제공하고 역시 산호장(대표 장만영)에서 1,000부를 출판했다. 교정 인쇄, 모두 김양수가 해주었다.
김양수는 베레모를 쓰고 다녔다. 술을 많이 했다. 아르튀르 랭보에 도취되어 있었다. 이경성(李慶成, 당시 인천박물관 관장,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역임)씨와 김양수와 나는 자주 인천 ‘청탑(靑塔)’이라는 곳에서 술을 마시며 침전해가는 인생의 밤과 어둠을 지냈었다. 그때 그 김양수와 우리의 모습을 시집 인간고도 속에 다음과 같이 하나 남겼다.
베레모를 쓴 하얀 시인이
양주를 들고 청탑을 연다
황해에 가린 깊은 항구
1954년 1월 序夜의 氣候는 차다
오, 알출 램보오 <편집자 주: 아르튀르 랭보 Arthur Rimbaud>
不良하다는 것과 不幸하다는 것과
선한 인간의 슬픈 유산을 위하여
뜨거운 감정의 이 포말을
“나의 불행에 후회가 없듯이
끝까지 왔다
나와 헤어져서 슬픈 사람은 없다
......,
아듀.”
어둠이 술술
술술 눈이 내리는
밤, 우리들의 밤
시보다 잠에 취한 소녀는
난로를 지키고
베레와 양주와 시인은
어둠과 인생을 지킨다
돈, 돈, 돈, 돈, ....... 고독.
제목은 ｢양주洋酒와 시인｣
나는 이 시집 인간고도를, ①호적이 없는 가족, ②여로(旅路), ③사랑이 가기 전에, 이렇게 3부로 나누고, 그 서문에 다음과 같은 메모를 남겼다.
무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은 외로움을 안다. 그러나 이 외로운 사람들끼리 또 하나의 무리를 서로 감지할 땐 이미 이 외로움은 외로움이 아니다.
소외자, 소외자들, 무리를 잃은 사람, 무리를 잃은 사람들, 무리에 낄 수 없는 사람, 무리에 낄 수 없는 사람들, 그 소외감을 적은 것이다. 소외자들끼리의 무리, 조직이 아니라 자연으로, 목적이 아니라 자연으로, 의식적인 단결이 아니라 자연으로, 형성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인간의 무리, 약한 생존, 그 인간의 무리, 외로운 군상, 그걸 발견한 것이다. 좌익이니 우익이니, 하는 정치의 무리가 아닌 순수한 인간 자연의 무리를, 돈이다, 권력이다, 출세다, 명예다, 하는 조직과 이익의 무리가 아닌 순수무구한 인간 자연의 무리, 그 고독한 생존과 같은 조직이 없는 생존의 유대 같은 것을 발견한 것이다.
그 많은 소외자들(군중)의 존재, 그 생존, 그 힘 같은 것을 감지했던 거다.
그리고 후기엔 다음과 같은 당시의 한국의 모습, 그 명동의 현장을 그려두었다. ‘인간고도’가 형성되게 된 그 한국의 현실을.
내 도시의 감정과 군중의 감정에서 그대로 솟아들은 명동의 고독과 침투를 담아본 셈이다.
고독은 인간에의 의욕을 포기치 않는 압축과 인내에서 오는 인간의 사랑이요, 침투는 인간과 인간, 군중과 군중 사이를 뚫고 부단히 흐르는 감정의 해류, 애수와 같은 호소의 엉김이다.
서류, 화폐, 조직, 이러한 문명의 콘크리트 틈바귀에 끼어 둥둥 외롭게 떠 있는 섬과 섬, 이 섬이 그대이고 나이고 인간인 것이다.
인간은 인간끼리 연락을 갖고 싶어한다. 나는 이러한 곳, ‘위치’에서 내 대화(시)를 찾아내고 있는 것이다. (하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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