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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46호 어머님은 절마다 (2010년 5월 25일)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0-07-07 11:18
조회수: 4036
 
                     어머님은 절마다

                                                            조병화

                     전주에서 대절택시로 줄기차게
                     남원, 곡성으로
                     곡성에서 긴 섬진강 따라 남하하는
                     국도를 구례에서 작별
                     지리산 넓은 기슭으로 좌회전한다

                     사월로 접어드는 들바람에
                     노릇노릇 터지는 산수유 봉우리
                     돌담 머리, 머리

                     아, 얼마나 보고 싶었던가
                     나즉나즉 화엄사 기와, 기와,
                     어머님 지나다니시는 곳
                     깊은 골짜기

                     그렇다, 어머님은 절마다
                     하늘 훨, 훨, 도시다가
                     잠시, 잠시, 들리시는 곳,
                     오늘은 이곳에서 뵈올는지
                    
                     혹시나, 하고 눈을 맞추어보는 화엄사 언저리
                     봄은 이미 먼저 문을 열고 있었다.
                    

                                           (1988. 3. 29)

                                        조병화, 『혼자가는 길』
  
     학교시절부터 나는 생각하는 인간에겐
     고향이 두개 있다고 생각을 했다.
     하나는 자기가 이세상에 태어난 곳, 다시 말해서 지역적, 자연적 고향이고, 또 하나는 죽어서 자기가 가고 싶어 하는 곳, 다시 말해서 영혼의 고향, 이 두가지 고향을 생각했던 것이다.
     따라서 불교를 믿는 사람은 불교의 하늘이 그들의 죽어서 가는 영혼의 고향이 될 것이고, 기독교를 믿는 사람은 기독의 하늘이 그들의 고향이 될 것이고, 천주교를 믿는 사람은 천주의 하늘이 그들의 고향이 될 것이고, 회회교를 믿는 사람은 회회교의 하늘이 그들의 고향이 될 것이라는 생각을 했다.
     나의 경우는, 나는 죽어서 어머님이 계신 곳으로 가고 싶은 것이 나의 소망이며, 나의 소원이다.
     따라서 어머님이 계신 하늘로 가려면 이 이승에서 평소 어머님이 믿으시던 신앙을 나도 믿어야 어머님이 계신 그 하늘로 나도 가게 될 것이라는, 아주 소박하며 원시적인 생각을 갖기 시작했던 것이다.
     어머님은 한국적인 불교의 신자이셨다. 절에도 다니시고, 불공도 드리셨다. 따라서 나도 어머님이 믿으시다 돌아가신 불교의 신앙을, 절엔 가지 않더라도 그와는 비슷한 불교신앙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을 한 것이다.
     그러하기 때문에 나의 작품에 불교적인 냄새와 그 공간이 많다.
     위의 시처럼.

                                    조병화,『늦지 않은 출발점에서』, 화랑문화사, pp. 32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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