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471호 장마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6-10-18 21:46
조회수: 1390
 
장 마
    
  
  그 동안 안녕들하셨습니까.
  이곳은 며칠 동안 계속 비가 억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있습니다. 다행히도 편운재 우리 마을은 수해가 없습니다만, 신문 뉴스를 통해서 보는 전국은 엉망으로 수해를 입고 있는 모양입니다. 특히 경기, 충청도의 수해는 더 심한 것 같습니다. 철도가 부서지고, 철교가 붕괴되고, 논밭이 떠내려가고, 한 마을이 몽땅 수몰되고 산사태가 나고, 가축이 떠내려가고, 농작물의 수해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닌 모양입니다.
  한강도 위험선을 넘어갈 직전이라고 하니, 국민들의 생존이 큰 난리이옵니다.
  그곳은 어떠하신지 궁금합니다.
  8월 장마라는 말은 듣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큰 장마가 있을지는 몰랐습니다.
  이러한 큰 장마가 계속되고 있는데도 나무 그늘에선 매미들이 울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 구석구석에선 귀뚜라미들이 숨어서 숨어서 울고 있습니다.
  어둡고, 고적하고, 만물이 벌을 받고 있는 듯한 가운데 여기저기에서 물 내려가는 소리만 요란합니다.
  빗소리와 함께.
  이러한 천지에서 작은 공간에 묻혀 다음과 같은 시를 하나 썼습니다.


 장 마


  진종일,
  세상이 캄캄한 비이옵니다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물이옵니다

  들리는 것이 빗소리, 물소리
  캄캄한 어둠 소리,

  나는 이곳에 갇혀,
  작은 등불로 어둠을 뚫고
  축축한 빛 아래서
  편지를 쓰고 있습니다

  모두 혼자이옵니다. (1995. 8. 25)

  
  추석이 머지않았습니다. 늘 건강하게, 보람되게, 지내시길 바랍니다. 그럼 또. (1995.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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