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88호 (『세월은 자란다』 이후의 이야기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06-23 18:54
조회수: 13
 
149.  1995년 9월 16일 토요일 오후 6시, 신라호텔 다이내스티 룸에서 우리 부부의 금혼식이라는 것을 아들, 딸, 사위들이 열어주었다. 나는 부끄러운 마음으로, 이 행사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행복한 가정에서는 행복한 축하연이 자주 있는 것이 좋겠지만, 나의 부부생활은 그리 순탄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미안해서 꺼림칙한 마음이 부끄러움과 함께 반성하게 되었던 거다.
  어느 가정에서나 부부싸움 한 번 없이 살아가는 가정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나의 경우, 두 사람이 다 정직하고, 고집이 강하고, 무엇보다도 자존심이 강했기 때문에 본의 아니게 한 번 싸우면 오래오래 가기가 일쑤였다. 현실과 이상, 그것의 충돌이었다고 생각이 된다. 안사람은 철저한 현실주의자이고, 나는 철저한 이상주의자이고, 하니 이것이 잘 합의될 리가 없었다.
  물론 아내가 그렇게 철저한 현실주의자였기 때문에 가정이 이렇게 든든했고, 나는 나대로 나의 이러한 고독과 인내로 부지런히 작품을 통해서 이겨 나왔기 때문에 그 작품 양이 한없이 많아져서 오늘날의 이만한 자리에 있게 된 것 같다.
  그 사람은 고독을 현실로 열심히 이겨 나오고, 나는 고독을 이상으로 열심히 이겨 나왔기 때문에, 서로 싸우면서 이만한 혜화동 살림을 이루어 놓은 것 같아서, 한편 싸우면서도 잘도 살아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242~243쪽.)

마지막 자술

그날은 억수 같은 비였습니다
꿈과 평화로 시작하려던
그날의 나의 꿈은
투쟁과 오해와 고독과 비굴과 타협으로
얼룩지면서 50년,
긴 세월이 시의 부끄러운 바람이었습니다
(1995.9.13.)
(시집 『서로 따로따로』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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