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87호 (『세월은 자란다』 이후의 이야기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06-20 16:41
조회수: 22
 
148.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큰 감동을 받아 본 일이 없었다. 조선 총독부의 대가리가 잘려나가서 땅에 떨어지는 그 광경 말이다.
  내가 어려서부터 보던 그 장중한 조선 총독부의 건물, 그 꼭대기에 솟아 있는 첨탑, 그것이 내 나이 일흔다섯 살의 오늘, 8·15해방, 광복 50주년에 드디어 그 역사의 심판을 받아 목이 잘려서 땅에 떨어져 나간다니, 예전에 어찌 이러한 광경을 상상했겠나. 실로 상상할 수 없던 일이었다.
  역시 나라의 독립은 이러해야 하고, 민족의 영광은 이러해야 하고, 조국의 명예는 이러해야 하는 거라고, 그 잘라져 나가는 광경을 텔레비전 화면으로 가득히 바라보면서 느끼고, 생각을 하고, 감동을 했다. 하면서 다음과 같은 즉흥시를 썼다.

     조선 총독부 첨탑의 최후

     조선 총독부의 대가리
     그 상투가 쌍둥
     잘라져 나간다

     하늘에 둥둥 매달려 떠 있다가
     지상으로 끌려 내려져 온다
     마침내 전투에서, 적장의 목이
     잘라져 피를 뿌리며
     땅에 툭, 떨어지듯이

     아, 이 감격,
     이제 완전히 일본은
     이 땅, 대한민국, 조선 땅에서
     영원히 사라져 가는 것이다

     민족 함성 속에서
     겨레의 원한 속에서

     그렇지만 겨레여
     머릿속에 남은 일본은 어찌하랴
     언제 말짱히 가시려나
     (1995.8.15.)
    (시집 『서로 따로 따로』에서)

  이 시로서도 다 표현할 수 없었던 그 감동·감격·경이, 이것이 민족이라는 것이겠지.
  (『나보다 더 외로운 사람에게』, 234-23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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