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353호 천마총 앞에 서서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4-05-20 17:09
조회수: 2327
 

천마총(天馬塚) 앞에 서서



                                                       푸 티 (중 국)

버들 가로수
경주로 가는 길로 깔렸는데
달리고 또 달려 360여 킬로,
차바퀴의 구을음에 생각이 미친
이게 바로 백제에서 신라로 가는 길,
제비가 날고 산하(山河)는 그림같은데
뉘 집 땅엔지 높은 모자처럼 솟아
두드려 역사의 소리를 내니
거기 천마총, 말 없는 동굴,
어쩔 수 없는 오늘을 씹는다네
저 녹슨 칼에 묻노니 지금 이 세상
1천년 지난 일을 오늘 오후로 합했으되
그대들 그리도 당당하니
우리는 끝내 손을 맞잡음인가
그렇잖으면 싸우는 것일까.

이미 칼은 녹슬고
옛 사람은 모두 흙으로 변했으니
그대 투구는 퇴색한 전쟁터처럼
캄캄하게 목 위에 놓였구나.
내게도 눈물은 있지만
그러나 지금 이 시각은
남풍(南風)도 일지 않고 여름비도 오지 않는다.
돌아다보니 콩이며 수수의 밭고랑 사이
누가 그 큰 뜻을 묶어 놓았나.
엄청난 새들이 하늘을 가로지르고
저 멀리 눈이 가 머무는 서녘,
노을빛은 짙붉게 버들 사이로 기울고
이곳엔 시인들만이 여전히 담소를 한다.
다만 나의 주먹만 역사 위에 있어
모난 글자의 자취를 쫓아 오므리고
한자씩 짚어나가네
드디어 휙하고 부르는 소리
고구려!
백제!
신라!
5천 년 전 이래 우린 이웃이었다네
아, 우리는 친척
그리고 다정한 친구였다네.

푸르른 무덤들은 흩어지고
실버들이 흔들거리는
해질녘의 저
하늘은 아득하기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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人在天馬塚口

                                     菩 提 (中 國)

十里楊柳
綿綿的成一條慶州路
行行復行行, 三百六十公里
輪軸的旋動可會記起
這正是從百濟去新羅的舊時路
燕雀橫飛, 江山如
誰家田頭聳起高高帽頂
敲出歷史的聲音
天馬塚, 的一方洞口
咀嚼着無可如何的文化食客
問那柄銹劍, 當今之世
合一千年的往事至今日午後
爾等, 我究竟幄手
還是爭執下去

劍已銹去
英雄豪傑俱成灰
的頭, 像一場褪色的戰爭
黑黑的置諸頸項的上方
我縱有淚, 而此刻
南風不起, 夏雨不至
環顧大豆, 高粱, 阡陌畝之間
誰縛了他的鴻鵠之志
鵬鵬繞天
極目西
一方객落日正紅下柳團
這裡人墨客依例是淸論高談
只時
我的拳頭也歷史上的
方方字跡, 伸與不伸
終將一字一句的拳頭下去
遂嘯聲一呼…
高句麗-
百濟-
新羅-
五千年來, 我左隣右毘
我們時親族
也是朋友

靑塚
柳絲柔柔
黃昏來時
蒼天悠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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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조병화시인기념사업회에서는 갑오년 새해를 맞이하여 『꺼지지 않는 등불』(1980, 갑인출판사)에 실린 44명의 외국 시인들이 한국을 노래한 시들을 매주 한편씩 보내드립니다.  조병화 시인은 1979년 7월에 열린 제4차 세계시인대회를 한국으로 유치하고 대회장을 맡은 바 있습니다. 이 대회에 참석했던 세계 시인들의 눈에 비친 당시의 한국은 어떤 모습이었을까요. 2014년, 대한민국이 청마의 기운처럼 세계로 더욱 뻗어나가는 한 해가 되길 바라며, 여러분의 가정과 일터에도 건강과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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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지지 않는 등불(Lamp Light Ever Burning)-세계 시인들이 본 한국』  

-책 머리에

나는 내 조국을 사랑한다. 그 누구나와 마찬가지로, 나도 내가 태어난 내 고향을 가장 사랑한다. 그리고 이웃을 만나게 하고 친구들을 사귀게 한 이 강산과 그 계절, 우리들의 마음씨와 그러한 풍물을, 또 우리의 역사 속에 있는 그 모든 것을 더없이 아끼고 사랑한다.
  이러한 나의 사랑은 詩에로 옮겨갔고 드디어 내 정신의 모두는 여기에 바쳐졌다. 이와 같은 나의 사랑의 대상을 나는 감성이 예민한 많은 사람들에게, 특히 세계의 숱한 시인들에게 자랑하고 싶었다.
  그래서 지지난해 세계의 시인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이를 제의하게 되었고, 지난해 7월엔 내 소원을 풀기에 이르렀다.
  제 4차 세계시인대회, 서울과 경주와 수원 등지에서 가졌던 오붓한 모임, 이런 자리에서 비단 당장엔 큰 과일을 따지 못한다 해도, 나는 애초 내가 바랐던 소망만은 이루게 되었다고 장담하고 싶었다.
  비록 그들의 피부색이 다르고, 말이 틀리며 모습마저 모두 다를지언정 맑고 깨끗하고 아름답고 오랜 우리의 모든 것을 보는 눈은, 또 그것에 대한 가슴은 한결같았다는 사실이다.
  사실 이러한 탄성은 우리의 것이었건만 속 깊은 데 감추어져 있어서 미처 몰랐던 새로운 발견으로, 이들 세계의 시인들이 각자 그네들의 나라로 돌아가 그동안 보고 느낀 바를, 그 경이로움을 그들의 말로 적어 더러 신문과 잡지에 발표하고 보내어와 한 다발로 묶게 된 것이다.
  이에 영원히 『꺼지지 않는 등불』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제1부는 한국인의 가슴을, 제2부는 그 정신을, 제3부는 환경과 조건을, 그래서 우리 스스로와 또 우리를 모르는 세계의 사람들에게 보이고자 한다.
  끝으로, 이 책을 엮는데 더없이 힘을 쏟은 한국국제문화협회와 갑인출판사에 삼가 감사의 뜻을 보낸다.

1980년 한글날 아침에
조병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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