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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183호 석아화(石阿花) (2011년 2월 8일)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1-03-21 15:33
조회수: 3600
 
                     석아화(石阿花)

                                                                        조병화

                     ‘아카이 보당’은 슬픈 네 이름이다
                     나는 네 핏줄을 모른다
                     너는 대만에 핀 한송이 꽃
                     문명은 네 핏줄과 아름다움을 상품화하고
                     너는 네 핏줄에 끌려 흙속에 진다
                     아 깊은 눈썹이여
                     빛나는 검은 동자여
                     검은기 도는 살웃음이여
                     신비로운 목소리여
                     사연 많은 가슴이여
                     맨발이여
                     천년을 두고 산과 물에 익숙한 네 사랑이여
                     신고산 아리산 고개 고개 마루 마루
                     산노루 산토끼 산짐승 따라
                     일월담 기슭에 찾아들은 놀라움이여
                     검은기 낀 네 살결에 흐르는
                     뜨거운 네 핏줄을 나는 모른다
                     ‘아카이 보당’은 돈이 되는 네 이름이다.

                     단 돈 십원은 나를 네 곁에 서게 하는구나
                     석아화
                     신고산 아리산 산기슭 물기슭
                     네 웃음은 마음 깊이 대만의 꽃처럼 아름다워라

                     ‘이야 하이야’
                     ‘이야 하이야’

                     ‘아다 인 아우라야구’
                     ‘아다 인 아우라야구’
                                            
                                           조병화, 『석아화』

  * ‘이야 하이야’라는 말은 이 고사족(高砂族) 춤노래의 후렴인데
    ‘어서 나오너라 사랑하는 사람이여 내 곁으로’라는 뜻이라 한다
    ‘아다 인 아우라야구’라는 말은
     이 고사족의 말로‘잊을 수가 없다’라는 말이다.


    우리 몇몇은 반공아시아연맹 자유중국총연맹 초청으로 한국 문화친선방화단을 조직하여 1957년 12월 3일부터 18일까지 약 십오일 동안 대만을 여행한 일이 있다. 주요섭 단장을 비롯하여 소설가 정비석, 이무영, 시인 김용호, 여류 수필가 권숙희, 조경희, 그리고 문총 사무국장 김철, 동방문화관 김동익, 공군 김진섭, 아시아연맹 오근 등과 내가 그 일행이었다.

   나는 대만을 여행하는 동안에 틈틈이 스케치한 그림을 토대로 기행시를 넣어 정음사에서 『석아화(石阿花)』라는 대만 기행 시화집을 출판한 일이 있다. ‘석아화’는 꽃 이름이 아니라 우리들이 방문한 일월담 기슭에 거주하는 대만인들이 산지동포(山地同胞)라고 부르는 고사족(高砂族)의 촌락에서 우연히 발견한 아름다운 한 여인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물론 고사족 추장의 딸도 예뻤지만 이 석아화는 정말 대만에 핀 꽃처럼 예쁜 여인이었다.

   나는 이렇게 지구 한 구석 동양 한편 조그만 섬에서 태어나 아무런 문명의 혜택도 입지 못한 채 글 한 자 자기 이름 한 자 똑똑히 쓰지 못하는 그러한 하나의 생명체를 메모하기 위하여 이름도 소리도 아무런 대상도 되지 못한 채 늙어서 사라질 한 여인을 이 세상에 기록하여 주기 위하여, 그 여인의 이름(땅바닥에 아무렇게나 낙서 비슷하게 쓴)을 부쳐 세상에 작은 작품집을 냈던 것이다. 이 책이 나오자 나는 석아화에게도 보내주었다. 물론 우리말과 글자를 알리 없는 산지동포겠지만.

   이 『석아화(石阿花)』시집 전면에 흐르는 것은 자연과 우애(友愛) 뜨거운 인간과 인간의 연결이었다. 나는 이 책 서문에 이렇게 썼다.“이 작은 정을 뜨거운 마음으로 우리와 같은 생존의 역사를 인내하는 자유중국 선량한 온 타이완 시민들에게 드린다.”

   이 시집 후기에도 기록했지만 장총통을 비롯하여 여러 자유중국요인들이 뜨겁게 우리들을 맞이하여 여행을 마칠 때까지 우애로 접대해 주었다. 그러한 뜨거운 우정과 인간끼리의 사랑에 보답하고자 엮은 시화집이었다.

                                                          조병화, 『고백』, 오상, pp. 339-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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