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12호 가을, 1996년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1-10-31 13:25
조회수: 3250
 
가을, 1996년                
                                                        
조병화

가을은 하늘
한도 없이 끝도 없이 우주로
우주로 피어오르는 먼 하늘
하늘은 가벼워지며 지구는 무겁다

들과 숲은 노랗게 붉게 노붉게
물들어 가며 검어 가며

봄, 여름, 부지런히 솟아오르던 생명은
사랑으로 짝지어 열매로 굳어 가며

천지의 정열은 식어 가고
땅은 차가워 간다

온 세상이 이렇게 고요하다
고승의 침묵처럼.


이제 작품이 좀 나올는지.
지금까지는 너무나 더워서 작품들이 나오지 못했었습니다.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 살아가는 것이 더욱 지루하고 무거워서 아무리 인생은 인내요, 참음이요, 견딤이요, 기다림이요, 하면서도 참으로 견디기 어려운 노년기의 삶이옵니다.
이럴 때 훌쩍 여행이라고 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교통 등등을 생각하면 그저 주저않게 됩니다.
무언가 늙어 가는 지혜라는 것을 항상 생각하지만, 실로 늙어 죽는다는 것은, 어렵고 어려운 인간의 작업이옵니다.

구십육년 팔월 십구일.

                                      조병화, 『외로우며 사랑하며』, 가야 미디어,  pp. 88-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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