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01호 먼 곳을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1-07-07 15:32
조회수: 2992
 
먼 곳을

                            

                                                   조병화





농촌에서 태어난 꿈 많은 소년은
이왕 이 세상 가난한 식민지에 태어났으니까
보다 많은 인생을 살아야 하겠다,고
마음 깊이 생각을 했다.

보이는 이 세상에서
보이지 않는 이 세상에서

보이는 이 세상은, 발로, 눈으로,
보이지 않는 이 세상은, 책으로, 상상으로,

소년은 틈 있는 대로 여행을 하고, 책을 읽고,
끝없이 잡히지 않는 꿈을 잡으려
지도를 더듬고, 책을 더듬었다.

먼 곳으로 보다 먼 곳으로
넓은 곳으로 보다 넓은 곳으로
깊은 곳으로 보다 깊은 곳으로

혼자서, 생각하면서.




.


   어린 나이에 나는 나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참으로 가난한 농촌에서 태어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것도 일본 식민지의 농촌에 가난하게 태어났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왕 태어난 것이니 열심히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보다 많은 인생을 살아야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보다 많이 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자, 그것은 여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행을 보다 많이 해서 이 세상을 하직할 때 후회가 없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눈에 보이는 자연의 세계, 지구는 발로, 눈으로, 온몸 다하여 보다 많이 돌아다니면, 그렇게 후회없이 많이 돌아다니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이 눈에 보이지 않는 영혼의 세계, 즉 정신(상상)의 세계는 책을 통해서 그 여행을 할 수 있는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하기로 결심을 하고 되도록 책을 많이 읽기로 했습니다. 그것을 통해서 만족할 수 있도록 상상의 여행을.
  이 두 가지 여행을 충분히 하면, 이 인생을 충분히 사는 것이 된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만족하게.
  실로 인간은 누구나 이 두 가지 세계를 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병화, 『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pp.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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