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19호 낙엽을 밟으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1-10-31 13:44
조회수: 3185
 
낙엽을 밟으며

조병화

낙엽을 밟고 간다
낙엽의 가슴을 밟고 간다

언젠가는 그 누구가
나의 무덤 나의 잔디
나의 가슴을 이렇게 밟고 가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을비 축축한
낙엽을 밟고 작업실로 간다

아침 여덟시
언제나 그 시간
혜화동 로타리 주유소 마당

춘하추동 근 사십년
혜화동 같은 세월, 축축한 인생

나를 밟고 간다
나의 가슴을 밟고 간다
돌아오지 않는 세월을 밟고 간다.
                                        
(1989. 10.31 비)

-제34집『후회없는 고독』에서



실로 혜화동 로터리를 둘러 싸고 있던 세월 묵은 플라타나스는 보기에 일품이었습니다. 봄은 봄대로 엷은 그 녹색차림, 여름은 여름대로 그 울창한 녹음차림, 가을은 가을대로 그 황색의 낙엽차림, 그리고 겨울은 겨울대로 그 무성한 가지가지들, 어느 가을이었던가 로터리 주유소 마당에 깔린 낙엽을 밟으며 다음과 같은 시를 주셨습니다.

                                            조병화, 『나의생애』, p. 131,  도서출판 영하, 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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