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65호 밤의 이야기·47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2-09-24 16:15
조회수: 2583
 
지금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간은
죽어 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시간이다

그리고 지금 너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오늘은
죽어 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내일이다

아!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다하지 못한 채 이 시간을 두고
이 시간을 떠나야 하리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다하지 못한 채 이 오늘을 두고
이 오늘을 떠나야 하리

그리고 너와 나는
너와 내가 아직도 보지 못한 채 이 내일을 두고
이 내일을 떠나야 하리

오! 시간을 잡는 자여
내일을 갖는 자여

지금 너와 내가 마시고 있는
이 시간은
죽어 간 사람들이 다하지 못한
그 시간

그리고 지금 너와 내가 잠시 같이하는
이 오늘은
우리 서로 두고 갈
—그 내일이다.

시집 『밤의 이야기』에서


    나는 항상 ‘내일’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캄캄한 내일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 보이지 않는 내일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

    사실, 내일이 반드시 나에게 보다 나은 행복한 날들이라고 믿어지지는 않으나, 내일은 그러나 오늘보다는 나을 것이 아닌가, 하는 막연한 기대로 그 캄캄한 내일을 기다리며 살아가는 거지요.
    과거에 살았던 사람들은 지금 내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오늘이 그들의 내일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그렇게 소망하고 살다가 다 못 살고 떠난 그 내일, 우리들의 오늘이 그들보다 행복하냐, 하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자연은 더 오염이 되고 인간은 정신적으로 파괴가 되고, 정신보다는 물질이 행세를 하는 금전만능 시대가 되고 말았습니다. 정신 문화는 완전히 물질 문화로 오염되어 인간미가 없는 쌀쌀한 너와 나의 사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들은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오늘을 잘 써서 다시는 오염이 없는 맑은 정신적인 내일을, 그들 내일을 사는 사람들에게 물려주어야 하겠습니다.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1995, pp 12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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