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66호 (『시의 오솔길을 가며』)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3-03-24 15:53
조회수: 105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헤어지는 연습을 하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아름다운 얼굴, 아름다운 눈
아름다운 입술, 아름다운 목
아름다운 손목
서로 다하지 못하고 시간이 되려니
인생이 그러하거니와
세상에 와서 알아야 할 일은
‘떠나는 일’일세

실로 스스로의 쓸쓸한 투쟁이었으며
스스로의 쓸쓸한 노래였으나

작별을 하는 절차를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방법을 배우며 사세
작별을 하는 말을 배우며 사세

아름다운 자연, 아름다운 인생
아름다운 정, 아름다운 말

두고 가는 것을 배우며 사세
떠나는 연습을 하며 사세

인생은 인간들의 옛집
아! 우리 서로 마지막 할
말을 배우며 사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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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想노트

이 시도 풍자가 많은 나의 시중의 하나입니다. 1960년대 중반에 쓰여진 시입니다. 인간이 언제 죽을 줄 모르니까 평소에 그 죽어서 헤어지는 그 작별 연습을 하면서 살자는 것이 그 테마의 골자입니다.
죽어서 헤어지는 것도 헤어지는 것이지만 평소에 늘 언제나 헤어지는 연습을 하면서 살면 그 작별이나 이별이 갑자기 오더라도 그리 당황하지 않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쓴 겁니다.
사실 우리 곁엔 이별이 너무나 많고 죽음이 너무나 많고 그 슬픔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어쨌든 그 이별이나 작별은 슬픈 것입니다. 아쉬운 것입니다. 서운한 것입니다.
평소에 그 이별의 철학, 작별의 철학을 익혀두어야 한다는 것을 경고하면서 오늘을 사는 진실을 말하고 있는 시입니다.
사랑하던 사람은 더욱 사랑하면서 면밀히 사랑하면서 살아가야 하겠고, 후회없이 사랑해야 하겠고, 미련없이 사랑해야 하겠고, 뜻있게 사랑해야 하겠습니다.
미워하던 사람도 미워한대로 가끔은 섭섭하지 않게 생각하면서 살아갈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시를 읽을 때마다 마음에 걸리는 곳이 두 곳 있습니다. 제2연과, 제5연입니다. 차라리 이 두 연은 빼는 것이 더 시를 압축시키고,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독자들 생각은 어떻습니까?
내 생각으로는 너무나 구체적으로 설명을 한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시에 있어서 설명은 아주 좋지 않는 표현입니다. 설명 없이 설명하고자 하는 것이 잘 나타나도록 하는 것이 시의 재주이며, 그 기법입니다.
시에 있어선 설명은 군소리가 되기 때문입니다.
현대시에서 메타포(은유)가 강조되는 것도 그러한 까닭입니다.
생략, 압축, 견고, 이러한 방법이 그 메타포의 특징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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