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35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12-24 15:41
조회수: 40
 
97 너는 항상 먼 곳에
   로마에서 피렌체로 가는 고속도로 A1 로콘 호수에서

나는 지상에 와서
가장 잘사는 나라에 가서
그곳에 사는 사람과 자연도 보았다

그리고 가장 못사는 나라에 가서
그곳에 사는 사람과 자연도 다 보았다

빈곤과 풍요, 가뭄과 윤택
지구는 너무나 공평하지 않았다

이제 이 지구에서의 모든 소원 다 풀었으니
머지않아 이 지구를 떠나도
아무런 미련이 없겠지만

이 작고 넓은 지구, 어딜 가나 그게 그거
한때라는 생각,
그러나 너는 항상 먼 곳에 가물가물하다.

                      시집 『해가 뜨고 해가 지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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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도 제 29시집 『해가 뜨고 해가 지고』에 있는 작품입니다. 이태리 로마를 중심해서 남쪽의 관광지, 나폴리, 폼페이 등지를 돌고, 이날은 로마 북쪽으로 떠났습니다.
  로마와 나폴리간의 고속도로를 버스드라이버가 ‘태양의 고속도로’라고 일러 주었습니다. 아침 나폴리로 내려가는 동안 줄곧 태양을 가슴에 안고 달려야 하는 남행도로였습니다. 그런데 이날 달리는 플로렌스, 베니스로 가는 북행 고속도로는 A1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도로였습니다. 로마, 플로렌스, 베니스, 고모 호(湖), 밀라노로 가는 여행길에 올랐던 겁니다.
  그 버스 위에서 생각했던 시상을 이 시처럼 꾸민 것입니다.
  실로 나는 이 지구, 많은 지방을 돌면서 많은 구경을 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많은 여행을 즐겼던 겁니다.
  내가 경성사범학교 일 학년 기숙사에서 꿈꾸었던 ‘보다 많은 인생을 살자’ 하는 인생관을 후회없이 실천해서, 이루어 냈던 겁니다.
  ‘보다 많이 인생을 살기’ 위해서 보다 많이 자연을 여행한다, 보다 책을 많이 읽어서 보다 많은 상상의 여행을 한다, 라는 꿈을 이루어 낸 것입니다. 우연히도.
  P.E.N. 클럽의 세계 대회를 통해서, 세계시인대회를 통해서 참으로 분에 넘치게 세계 여행을 했던 겁니다.
  그리고 대학에서 문학 교수, 특히 시론 교수를 하면서, 학과장, 대학장, 대학원 원장, 부총장, 재단이사장(중앙대학교 임 총장 시절), 대학 생활중에서 안해 본 것 없이 모든 보직 생활까지 했으니, 이 인생 실로 많은 인생을 살았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 시처럼 항상 내가 그리는 ‘너’는 항상 먼 곳에서 가물가물 아직도 나를 유혹하고 있는 겁니다.
  너는 무엇이겠습니까. 잡히지 않고 꿈, 그것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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