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17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10-19 14:25
조회수: 73
 
78 세도(瀨戸) 일박一泊
   愛知縣(애지현) 瀨戶市(뢰호시) 岩屋町(암옥정)

숲속에 보이는 집은
간밤에 마시고 투숙한
곤베이(權兵衛)라는 요정
아유(銀魚)의 소금구이로
하룻밤을 마셨다

동숙한 권일, 이도선 의원
이것도 인생의 한 인연이지
훨훨 벗고 같이 동숙하는 인연
입에서 나오는 말이 모두 조국이다.

이곳까지 온 건
아이치켄 민단 권權 단장의 초대
권 단장은 이곳 세도에서 최고의 납세자
벤츠를 굴리는 자랑스러운 한국인
어려서의 고생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고.

                                    시집 『창안에 창밖에』 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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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도 제 23시집에서 끄집어낸 작품이지만, 1976년경 여름 방학에 나는 재일동포들의 선생님들을 위한 연수회(재일한국민단 주최 재일교원연수회)에 강사로 초대되어 일본을 방문했습니다.
  연수회는 일본에서는 포도로 유명한 야마나시 현(山梨縣) 가쓰누마(勝沼)에서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살며 일본에서 국민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을 공부하고 한국인 학교에서 교편을 잡고 있는 현역 젊은 교사들이 강습을 받는 연수회였기 때문에, 그들에게 흥미를 끌 만한 내용을 준비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나의 ‘인생과 나의 문학’을 이야기하는 것을 주로 해서, 내가 일본 고등사범학교에 유학하던 시절의 여러 가지 체험담과 나의 고민, 나의 번뇌, 나의 정신적인 고독한 방황에 대하여 두루 이야기해서 그들에게 많은 호응을 얻었습니다.
  이 연수회에는 정부쪽에서 이도선(李道先) 국회의원이 동석을 했었습니다. 이도선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과 아주 가까운 국회의원이었고, 한일의원연맹인가 하는 단체의 핵심 멤버이기도 했습니다.
  연수회가 끝나고 나는 이분의 권유로 아이치 현(愛知縣) 나고야로 여행을 했습니다. 아이치 현 민단 의장에 권(權)이라는 분이 계셨습니다. 경상북도 예천이 고향이라고 했습니다. 국민학교도 졸업 못 하고 일본으로 밀항을 해서 온갖 고생, 노동 다 하고 지금은 수백억대의 부를 누리고 아이치 현 세도 시의 유력한 유지로 있다고 했습니다. 세도 시에서 벤츠 차를 타고 다니는 사람은 권 선생 부자밖엔 없다고 했습니다. 집도 언덕 위에 제일 큰 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분이 이(李) 의원하고 단짝이어서 하룻밤을 산골 개울 물고기 집에서 은어를 안주로 술을 마신 일이 있었습니다. 여름이어서 옷을 벗고들 술을 마셨는데 권 선생의 내의는 구멍난 것들을 하나하나 기워 입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수백억대의 부호가 이렇게 내의를 기워 입고 다닌다니, 나는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하긴 이렇게 사는 것이 참된 인생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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