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63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6-07 17:54
조회수: 370
 
25 당나귀

        아이야 그렇게 미워하질 마십시요
        그렇게 마구 때리질 마십시오
        낙엽이 솔솔 내리는 긴 숲길을
        아무런 미움이 없이 나도 같이 갑시다

        어쩌다가 멋모르고 태어난 당나귀
        나 한 마리

        살고 싶은 죄밖엔 없습니다
        이렇게 저렇게
        살고 싶은 죄밖엔 없습니다.

        외로움이 죄라면
        하는 수 없이 죄인이올시다

        낙엽이 솔솔 내리는
        저문 이 길을 보십시오
        나도 함께
        소리 없이 끼여 갑시다.

                                 시집 『人間孤島』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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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은 몰라도 우리 나라처럼 분파가 많은 나라는 드물 것입니다. 특히 그 무렵, 참으로 어느 패거리에 끼지 못하여 살아가기에 힘들었습니다. 소외된 인간의 외로움, 그러한 것이 심했습니다. 이 시 「당나귀」는 부산에서 쓴 것이지만 서울로 수복해서 바로 출판한 『인간고도(人間孤島)』라는 나의 네 번째 시집에 들어 있는 작품입니다. 나는 이 시집 후기에 다음과 같이 기록을 했습니다.
  <⸱⸱⸱⸱⸱서류, 화폐, 조직, 이러한 문명의 콘크리트 틈바귀에 끼여, 둥둥 외롭게 떠 있는 섬과 섬, 이 섬이 그대이고, 나이고, 인간인 것이다⸱⸱⸱⸱⸱.>
  이렇게 명함 한 장으로 출세를 하는 서류들의 무리, 돈으로 출세하는 화폐들의 무리, 우익이다 좌익이다 무슨 협회다 무슨 동맹이다 이러한 조직의 이름들로 출세를 하는 조직의 무리들, 이러한 무리들의 행세나 행패로 실로 많은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고, 소외를 당하며 살아야만 했습니다. 실로 양심을 지키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외로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문학만 하더라도 그러한 패에 끼지 않으면 행세를 못 했습니다.
  후반기(後半期)라는 그룹이 있었습니다. 박인환(朴寅煥) 시인이 하루는 광복동 네거리에서 만나자마자 “너 나와 같이 후반기 하지 않을래?” 하고 물어 왔습니다. 나는 직석에서 “안 한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 후반기 동인으로 K라는 시인이 있었고, C라는 시인이 있었고, Y라는 평론가가 있었습니다. 나는 그들하곤 인생관이 달랐고, 문학관도 달랐고, 인간성도 달랐기 때문에 평소 그들하곤 멀리하고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작품집도 한 권 나오지도 않고 그저 후반기, 후반기 하면서 모더니즘을 자처하고 다닌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서울에 와서 이야기를 할 때 덩달아 후반기, 후반기 하며, 유행 같이 되어 버렸던 겁니다.
  심지어는 대학에서 교수를 하는 사람들 까지, 아무런 동인지 하나 없는데도, 논문에까지 거론하는 것을 보고, 실로 우스운 한국 문단이라는 생각도 들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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