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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운金素雲씨와 그 주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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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주·정충량·박기원·이진섭·유호·안의섭·신태민·김기림·이봉구·김광균·장만영·박인환·김병욱·
양병식·송지영·신상초·이태직·헤르만 실밤·이헌구·이하윤·변영로·오종식·김동리·손소희·조연현·
오영수·한노단·조영암·임긍재·김환기·이해랑·이인범·윤용하·이한직·유두연·박연희·이명온·김말봉·
김소운·오상순·안수길·김윤성·오영진·윤효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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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고등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그 길로 명동으로 향한다. 나는 학급담임을 맡지 않았기 때문에 많은 시간을 나를 생각하는 시간으로 쓸 수 있었고, 나를 고민하면서 살아가는 데 쓸 수 있었고, 나를 절망하는 데 쓸 수 있었다. 학년 초가 되면 배당하는 학급담임, 그걸 극구 피해왔던 거다.
학교 교문을 나서면 덕수국민학교 뒷골목으로, 방송국 앞으로(지금의 방송회관, 조선일보 뒤), 국회의사당 뒤로(지금의 서울시의회), 성공회 옆길로, 시청 앞으로, 광장을 돌아 경향신문 문화부로(소공동 조선호텔 남쪽 건너편) 그리고 김광주(金光洲 : 소설가, 당시 문화부장) 씨의 일이 끝나면 김광주씨를 선두로 명동으로 들어간다. 문화부에 정충량(鄭忠良: 후에 숙명여고 교장)씨 박기원(朴基媛: 이진섭씨 부인, 소설가) 씨·유호(兪湖; 소설가, 제1회 김내성문학상 수상자)씨 안의섭(安義燮: 시사만화가)씨가 있었다. 후엔 신태민씨도.
명동에 들어서면 우선 다방 ‘모나리사’에 들른다. 문인들로 왁자지껄하다. 인사를 하는 사람, 처음 인사를 교환하는 사람, 어두컴컴한 속에서, 자욱한 담배연기 속에서, 낮은 천정 아래서, 그러다가 뿔뿔이 끼리끼리 짝을 지어 술집으로 향한다. 술집이래야 동동주·막걸리 집들이다. 무궁원·명동장·명천옥 등등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그때만 해도 선술집의 풍경이 그대로 남아 있어서 자기가 먹고 싶은 안주를 자기가 집어다가 구워먹곤 했다. 가득히 서서 마시고 있는 주객들, 그 소란한 말소리들 노래소리들, 자욱한 안주 굽는 연기 속에서, 지금 생각하면 참으로 그리운 풍경들이다. 나는 이렇게 해서 본의가 아니게 한국의 문인들 화가들 음악가들 연극인들하고 사귀고 어울리게 되어갔다. 좌익이니, 우익이니, 서로 서먹서먹, 가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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