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33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12-19 15:16
조회수: 62
 
95 희랍 코르푸(Corfu) 섬으로
   제8차 세계시인대회(1985.9.28.~10.4.) Corfu, Greece, Hilton Hotel

온 세계의 시인들이
이번엔, 희랍 코르푸(Corfu) 섬으로 모인다

협의할 아무런 안건도 없이
결의할 아무런 안건도 없이
서로 얼굴을 보며, 서로 목소리 들으려
높은 고독한 날개로 날아다

실은 그거로 족한 거다
시인이란 제각기
제 우주를 혼자서 살고 있는 것들이 아닌가

온 지구, 오대양 육대주, 구석구석에서,

말, 그 미지의 보석을
서로 찾아다니는 거다

투명한 고독만이 그걸 볼 수 있는.

                    시집 『해가 뜨고 해가 지고』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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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도 제 29시집 『해가 뜨고 해가 지고』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입니다. 먼저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제8차 세계시인대회가 열리고 있었던 희랍의 명승 휴양처, 작은 섬, 코르푸(Corfu)라는 곳에서 약 일 주일을 묵으면서 만들었던 작품 중의 하나입니다. 이 코르푸라는 섬은 희랍의 수도 아테네에서 비행기로 약 40분 정도의 거리에 있었습니다. 수도원인가 성당인가, 몇 백 년 묵은 건물들이 고색창연하게 들어서 있는 아주 이색적이며 고전적인 섬이었습니다.
  대회가 끝나고 섬을 일주하는 관광여행에서 보았습니다만, 우리 나라 제주도만한 섬인데, 포도밭과 올리브 과수원으로 되어 있다시피한 섬의 경관이었습니다. 이러한 잘 재배된 포도밭과 올리브 과수원 사이사이에 보이는 농가들의 오렌지 색깔의 지붕과 희끗희끗이 보이는 하얀 벽돌이 나에게 대단한 이국적인 정감을 주곤 했습니다. 아름다운 섬, 사람과 자연이 잘 어울려 살고 있는 섬, 그러나 이 희랍도 우리 나라처럼 늙고 피곤하고, 가난기를 면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시인들이 모여 대회를 연다는 것은 다만 각자 각자 시인들이 자기의 작품이나 작품 세계나,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시에 대하여 의견을 말할 뿐이지, 아무런 결론이나, 의결이나 하는 것이라곤 하나도 없는 겁니다. 세계 각국에서 모인 시인들이 그저 번쩍번쩍 ‘언어의 빛’을 보이는 것이지요.
  이번 대회가 희랍이라는 예술의 나라에서 열려서 그랬는지 구라파의 저명한 시인들이 많이 모여들었습니다.
  국경이 없는 사람들, 그것은 오로지 시인이나, 화가나, 음악가나, 하는 순수예술가들이 아닐까요.
  실로 시인이야말로 세계를 사는 사람들이라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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