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41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01-14 13:40
조회수: 29
 
103 시인의 무덤
    St. Oswalds church에서

그래스미어 마을 교회
공동묘지 가장자리에
윌리엄 워즈워스는 W가家 가족들과 함께
묻혀 있다.

초라하게 보이는
이끼 낀 묘지판이
아물아물 가리키고 있는
그늘진 곳

지금도 땅 속에서
무지개를 보고 있을까
뛰는 가슴으로

무덤 아래를 개울이 흐른다
맑게.

                       시집(宿) 『길은 나를 부르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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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도 제 31시집에 들어 있는 작품입니다. 윌리엄 워즈워스의 연고지(Dore Cottage)가 있는 마을 ‘프린스’인가 하는 아름다운 호숫가의 호텔에서 얼마 되지 않는 북쪽 마을 교회를 찾아갔습니다.
  이곳에 있는 공동묘지에 윌리엄 워즈워스의 무덤이 있다고 해서.
  아담한 교회 마당이 공동묘지로 되어 있었습니다.
  교회 내에도 시인의 초상이 걸려 있었지만, 시인의 무덤은 W가(家) 가족묘지 안에 있었습니다. 특별히 윌리엄의 비석만 크게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고, 그 무덤을 찾아내는 데 힘이 들 정도로 평등하게 있었습니다.
  그 공동묘지 옆을 제법 큰 계곡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아주 맑은, 수량도 제법 많은. 교회랑, 공동묘지랑을 두루 살펴보고 그 개울 건너편에 자리 잡고 있는 아담한 찻집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찻집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와글와글했습니다.
  떠가는 구름, 지나가는 바람, 꽃이 피어서 만발한 정원, 쉴새없이 들려오는 물 소리, 새 소리, 무궁한 시간 소리를 들으며, 나는 먼 세월 이곳에서 소요하던 시인을 생각하면서, 그 교회를 스케치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소품을 쓰면서, 하나의 기록을 남기고 있었습니다.
  내가 중학교 시절, 그러니까 경성사범학교 보통과 2학년 시절이었던가, 신기범 선생에게서 배우던 그의 무지개(Rainbow)라는 시가 생각이 났던 겁니다.
  “나는 하늘에 떠 있는 무지개를 보면 내 마음이 뛴다. 어려서도 그랬지만, 나이든 오늘도 그렇다. 아,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죽는 것과 같은 것을……”(의역). 이랬던가.
  감격이지요. 무지개를 보며 느껴지는 그 큰 감격이지요. 감격이 없는 인생은 죽음과 같다는 그러한 정서이겠지요.
  참으로 인생은 감격이옵니다. 감격은 생명이지요. 그 호흡이지요. 감격이 없는 인생은 살아도 살고 있는 것이 아니지요.
  나의 이러한 감격도 얼마나 계속이 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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