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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보던 날이
하루
이틀
사흘.
여름 가고
가을 가고
조개 줍는 해녀의 무리 사라진 겨울 이 바다에
잊어버리자고
바다 기슭을 걸어가는 날이
하루
이틀
사흘.
그렇다고 구체적인 한 사람- 한 여인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저 몰아쳐서 ‘과거’ 이러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하기는 한 여인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러한 여인이 있었다 해도
그것은 연애감정이 아니라
일종의 막연한 그리움에서, 막연한 외로움에서,
막연한 허전함에서 오는 감정의 대상물이었는지도 모른다.
젊은 날엔 여인들은 이동하는 감정의 영상인지도 모르기 때문에.
‘내일’을 위하여 ‘어제’를 잊어버리자는 심정이
더욱 강한 동경의 연대의 서정이라는 것이 좋겠다.
‘겨울 바다’ 그것이 내 사색의 바다였다.
나는 시간만 있으면 월미도 앞 바다
겨울 바다 중턱 길을 산책했었다.
그 가랑잎 지고 쓸쓸한 황해 물나간 바다 기슭을
혼자서 지내던 시절의 작품이다.
-『고백』, 오상, 1999, pp 3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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