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931호 (『세월은 자란다』 이후의 이야기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11-22 18:10
조회수: 122
 
192. 시인이 생각한 비유와 시를 읽는 독자들이 생각하는 독해법이 어떻게 다를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이 시를 썼다.

무거운 세월

한 노인이
호심 깊이 낚시를 던지고
온종일 물가에 홀로 앉아 있다

물속의 구름인지 바람인지
이따금 낚시찌만 흔들릴 뿐
호심 깊이 흰 구름 소리 없이 흐르고
천지 사방이 귀를 찌르는 적막이다

우주 무한
오늘도 그 자리
(2001년 7월 27일)
(시집 『남은 세월의 이삭』에서)

  제목이 잘 안 나와 그저 ‘무거운 세월’이라고 했다. 실로 아무 생각도 나오지 않고, 따라서 시도 나오지 않으면, 그 무료하고 적막한 세월의 공간에서 그저 우두커니 책상 앞 의자에 기대 앉아 있을 뿐이다. 시 하나라도 머리에 떠올랐으면 하고.
  이러한 무료하고 적막한 시간을 보내면서, 호수에 낚시를 던지고 고기가 오길 기다리고 있는 호숫가의 노인처럼, 마치 내가 우주에서 시를 낚으려는 노인인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이 시에 나오는 노인은 나 자신이고, 호수는 나에겐 우주이고, 낚으려는 물고기는 나에게 있어선 시임을 비유한 거다.
  이 시를 이렇게 해석하며 읽는 독자가 있을까, 그저 적막한 한 낚시꾼으로만 생각하지나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까, 시는 진짜 독자를 얻기가 힘든 거다.
(『편운재에서의 편지』,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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