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78호 코르시카 산정山頂에서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3-01-02 15:02
조회수: 3323
 
코르시카 산정山頂에서


Cargese를 떠나, 도중
피에나, 포르토, 에비사, 아이토네, 칼라쿠치아를 지나
칼비로 빠지는 산길,
어마어마한 산길,
돌아서 오르고, 올라서 돌고
해발 2,710미터의 Cinto 봉우리
2,000미터를 넘는 고개
내려다보는 지중해는
사방 청감(靑紺)의 호수, 한계가 없다.

야생하는 밤나무, 도토리나무
비탈이고, 숲이고, 낭떠러지
까마득한 하늘 꼭대기
그곳을 자동차가 돈다

산은 대리석 덩어리
희끗희끗
해풍에 깎인 절벽
그 위에
묵은 교회가 있고, 빨간 마을이 있고
가축이 있고
종소리가 있다.

까마득히 푸른 바다 위, 하늘에 솟은
마을
신에 가까이 인간들이 모인
산마을
그리운 건 인간뿐
사방 천 리 바다
아차하면 없어질 그 꼭대기
아쉬움 속에 만족을 산다

쉬엄쉬엄 바쁜 길
그 절벽을 돈다.
(1969. 9. 20. 코르시카에서)
                    
  시집『내 고향 먼 곳에』에서


      이 작품은 나의 제17시집 『내 고향 먼 곳에』에서 내 인생을 오래 회상하기 위해서 골라낸 것입니다.
      1969년 여름 방학에 프랑스 망똥이라는 지중해 해안 도시에서 열렸던 국제 P.E.N. 대회에 참석을 하고, 단신 니스에서 비행기를 타고 스페인 마드리드로 해서, 포르투갈 리스본으로 해서, 대서양을 넘어서 미국 뉴욕으로 해서 워싱턴 D.C로 해서, 그곳에서 아들 진형을 만나, 진형이가 다니고 있던 버지니아 대학(대학원에서 응용수학 전공)으로 여행을 한 기행시들이 들어 있는 시집입니다.

(…)

      포르트갈 리스본에서 대서양 물에 손을 담구면서 감개무량해서 아, 먼 이곳까지 드디어 왔구나, 하는 생각에 시집 이름을 『내 고향 먼 곳에』라고 했습니다.
      리스본 어느 해안 언덕에는 ‘대륙의 끝 대양의 시작’이라는 시비(詩碑)가 서 있었습니다. 망똥 P.E.N. 회의가 끝나고 코르시카로 포스트 투어를 했습니다. 니스에서 카페리로 약 8시간, 코르시카의 행정부가 있는 아다치오에 도착, 아다치오에서는 때마침 나폴레옹 탄생 200주년 대행사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코르시카 북쪽 카르비라는 항구로 가는 도중 해발 2,500미터의 고산지대를 넘게 되었습니다. 이 시는 그 때의 그 정경을 그대로 기술한 것입니다. 하나의 기록을 위해서.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1995, pp 158-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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