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83호 오산 인터체인지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3-01-18 16:41
조회수: 2840
 
오산 인터체인지
   -고향으로 가는 길

조병화

자, 그럼
하는 손을 짙은 안개가 잡는다.

넌 남으로 천 리
난 동으로 사십 리

산을 넘는
저수지 마을

삭지 않는 시간, 삭은 산천을 돈다.

등은, 덴마크의 여인처럼
푸른 눈 긴 다리
안개 속에 초조히
떨어져 서 있고

허허 들판
작별을 한면
말도 무용해진다.

어느 새 이곳
자, 그럼

넌 남으로 천리
난 동으로 사십 리.
                    
  시집『오산(烏山) 인터체인지』에서


     1970년경에 들어서서부터 우리 나라엔 고속도로가 뚫리기 시작을 했습니다.

(…)

     나는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서 아주 짧은 시간에 내 고향 난실리를 왕복할 수가 있게 되었습니다.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오산까지, 오산에서는 동으로 40리 길을 들어가면 내 고향 난실리에 도달합니다.
     고향, 나는 고향을 두 가지로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자연의 고향, 또 하나는 영혼의 고향, 인간은 누구나 이 두 가지의 고향을 가지고 있다고 보는 겁니다. 죽어서 흙으로 가는 흙의 고향(자연), 죽어서 영혼이 찾아가는 영혼의 고향, 이 두 가지 고향 속에서 자연의 고향보다는 죽어서 찾아가는 영혼의 고향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불교를 믿는 사람은 불교의 하늘에, 개신교를 믿는 사람은 개신교의 하늘에, 천주교를 믿는 사람은 천주교의 하늘에 그 고향이 있을 것이고, 그곳으로 잘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사람으로는 스님, 목사, 신부 들이 있는 것이라고.
     나에겐 어머님이 나의 종교라, 나는 스스로 혼자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고 늘 다짐을 하고 있는 겁니다. 어머님을 생각하는 나의 굳은 신앙으로 그 어머님의 존재를 믿으면 믿을수록, 확실히 그 어머님으로 가는 길이 훤하게 보일 거라고.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자란다』, 문학수첩, 1995, pp 165-166
    
△ 이전글: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84호 조각구름의 집
▽ 다음글: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282호 사랑은
Copyright 1999-2023 Zeroboard / skin by enF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