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51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6-07 17:37
조회수: 174
 
13. 하루만의 위안(慰安)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지금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온 생명은 모두 흘러가는 데 있고
        흘러가는 한 줄기 속에
        나도 또 하나
        작은 비둘기 가슴을 비벼대며
        밀려가야만 한다
        눈을 감으면
        나와 가까운 어느 자리에
        싸리꽃이 마구 핀 잔디밭이 있어
        잔디밭에 누워
        마지막 하늘을 바라보는 내 그날이 온다
        그날이 있어 나는 살고
        그날을 위하여 바쳐 온 마지막 내 소리를 생각한다
        그날이 오면
        잊어버려야만 한다
        진정 잊어버려야만 한다
        오고 가는 먼 길가에서
        인사 없이 헤어진 시방은 그 누구던가
        그 사람으로 잊어버려야만 한다.
                                        시집 『하루만의 慰安』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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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가 병원을 경영하고 있다는 것이 마침내 내가 아내에게 얹혀사는 것 같은 오해가
계속 나의 생활에서 몹시 나의 자존심을 어지럽게 하고, 아내의 돈과 내 돈의 냄새도
다르게 느껴지고 집안도 결혼 당시 꿈꾸었던 것과는 달리 나를 밸 없이 쓸쓸케 해 가고,
내 스스로의 길로 막힌 것 같이 느껴지기만 해서, 나는 그 당시 항상 ‘자살’이라는 유혹에
빠져 가기만 했습니다. 한마디로 말해서 살아가는 용기와 기쁨을 잃고 있었던 겁니다.
  잊어버리자, 모든 것을 잊어버리자, 이런 생각만 들어가며, 실로 앞날이 캄캄하기만
했습니다. 특히 생에 대한 애착, 삶에 대한 애착, 그것을 먼저 잊어버려야만 쉽게 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매일 매일을 지내면서, 인간의 일생도 그 하루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계속 들곤 했습니다.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遺産)』이 나온 후 나에겐 문단에 작은 마을이 생겼습니다.
김기림(金起林) 선생을 비롯해서 김광균(金光均) 선생, 이봉구(李鳳九) 소설가, 양병식
(梁秉植) 평론가, 김경린(金璟麟) 시인, 장만영(張萬榮) 시인, 그리고 박인환(朴寅煥) 시인,
김경린 시인은 첫 시집 『버리고 싶은 유산』을 장정.
  나는 서울고등학교에서 수업이 끝나면 이들, 작은 나의 구원의 마을을 찾아서 명동,
그들이 늘 차를 마시곤 하는 다방으로 갔었습니다. 다방 ‘휘가로’(방송 극작가 이진섭
(李眞燮) 누이가 경영).
  그 당시 명동은 해방 후의 열기로 어수선했습니다. 이곳에서 그들이 주고 받는 문학
이야기, 예술의 이야기, 살아가는 이야길 주로 듣고 있다가, 밤이 어두워지면 ‘명동장’,
‘무궁원’, 이러한 선술집으로 이봉구, 박인환, 이렇게 동행하곤 했었습니다. 김기림,
김광균, 장만영, 김경린, 양병식 등은 술을 좋아하지 않아서.
  이렇게 술을 마시곤 서울고등학교 도서관, 쓸쓸한 나의 방으로 돌아오곤 했습니다. 이
시처럼, 하루를 죽으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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