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735호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1-06-06 18:45
조회수: 91
 
염소

염소는 애련(哀憐)하다. 봄은 돌아와 꽃은 봉오리 봉오리마다 바람에 터지기 시작하는데 염소는 온종일 팔려만 다니는 신세. 녹번리에서, 신촌에서 이른 봄이면 떼 지어 염소는 팔리려 들어온다. 그 모습을 보소, 주인도 워낙 가난해서 온종일을 먹지도 못하고 먼지바람 속을 이리로 저리로 서울바닥을 끌려만 다닌다.
  염소는 보약이 된다고 한다. 얼마나 처량한 운명이냐. 생명은 왔다가 가는 갓인데 남의 생명을 먹어 가며까지 오래 살 필요가 있을까. 불쌍한 동물. d;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네 마음 한구석에서 애절한 눈물이 흐른다. 생명을 가진 모든 것은 아름다우며 슬픈 것. 아, 염소여, 인간으로 태어나서 미안하다.
                                                               (덕수궁 돌담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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