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862호 (시로 쓰는 자서전 세월은 흐른다)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22-03-25 11:56
조회수: 37
 
제4기 귀향의 시대


123 노천 온천 풍경

냇가에서
발가벗고 멱을 감던
어린날의 착각에서, 휙
뒤를 돌아다보니

한 노인이 알몸으로
칸막이에 뚫린 작은 구멍으로
여자탕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대낮에

해는 높고 맑고 밝고
멀리 진달래가 피어 있었습니다.

                         시집 『찾아가야 할 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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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작품부터는 제 35시집 『찾아가야 할 길』(1991.3.15. 인문당)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들입니다.
  나는 평소에 이러한 생각을 하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가 죽어서 가는 곳은 어머님이 계시는 곳이라고.
  그런데 그곳은 아무런 길 안내자도 없고 해서 내가 나 스스로 찾아가야 한다고. 개신교를 믿는 사람들은 개신교의 하늘로 갈 것이며, 그곳엔 목사라는 사람이 있어 길 안내를 해줄 것이고, 천주교를 믿는 사람은 천주교의 하늘로 갈 것이며, 그곳에는 신부라는 길 안내자가 있을 것이고, 불교를 믿는 사람은 불교의 하늘로 그 고향을 찾아서 갈 것이며, 그곳에는 스님이라는 길 안내자가 있는 겁니다.
  그런데 나는 어머님을 믿고 어머님이 계신 곳으로 갈 사람이지만, 그곳에는 나를 인도해 줄 길 안내자가 없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나 스스로 그 길을 찾아가야 한다는 말입니다. 어머님을 믿는 그 힘으로 어머님이 계신 곳이 확실히 있다는 것을 믿는 그 확신으로. 꼭 그곳을 찾아갈 것이라는 절대확신을 가지고.
  이러한 생각에서 이번 시집 이름은 ‘찾아가야 할 길’이라고 했던 겁니다.
  이 시집에는 일본 온천 지대를 여행하고 온 시편들이 여러 개 있습니다. 일본 도쿄 북쪽에 있는 기누가와 온천.
  이곳, 이 지방에는 여러 온천들이 있어서 노천으로 되어 있는 야외 온천들도 있었습니다.
나무판자 한 장으로 남자탕과 여자탕이 구별되어 있어서 생각만 있으면 틈바귀로 서로 들여다볼 수가 있었습니다.
  그 나무판자 구멍으로 여탕을 들여다보는 한 노인이 있어서, 그러한 봄날을 시로 적어본 것입니다.
  아주 한적한 산골 개울가에 있는 온천장 풍경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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