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65호 아흔세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9-08-02 09:03
조회수: 41
 

  어느새 구월 이십삼일, 추분(秋分)입니다. 오후 다섯 시면 벌써 어두워지는 가을이 되었습니다.
  ‘올 겨울은 어떻게 또 견디나’ 하는 근심이 들곤 합니다. 그만큼 늙어서 매사에 불안과 근심, 그 걱정이 부끄럽게도 생긴 거지요.
  구월 이십일일 일요일에는 정한숙 소설가의 문인장이 동숭동 마로니에 공원 문예진흥원 마당에서 열시에 있었습니다.
  내가 장의위원장이 되었기 때문에 한마디 개식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일오(一悟) 정한숙(鄭漢淑) 소설가는 나보다도 한 해 아래로 금년 일흔여섯 살.
  구월 오일 예술원 시상식 때만 해도 건강한 모습으로 서로 만났는데, 이렇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뜨니, 한편 어이가 없고, 한편 부러울 정도로 행복하게 세상을 떠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으로 세상을 이렇게 쉽게 떠난다는 것은 행복 중의 행복이 아닐 수 없습니다. 나도 그렇게 죽는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으로 있었습니다.
  그는 솔직 담백하고, 직설적인 정직한 친구였습니다. 통쾌하면서도 경쾌한 비판 정신이 늘 깔려 있는 바른 양식의 사람이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의 글을 개식 조사로 읽었습니다.
  참으로 구름 한 점 없는 청명한 가을 하늘이었습니다.
  그리고 오후 한시에는 이번에 처음으로 예술원 회원이 된 손동진(孫東鎭) 화가의 차남 결혼식 주례 부탁을 받고 안설 수가 없어서 주례를 섰습니다.
  나는 지금까지. 당신도 알다시피 주례를 한두 번밖에 선 일이 없습니다. 그것은 시를 지키고, 사회의 명사가 되지 않기 위해서,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서, 위선자가 되지 않기 위해서 주례 같은 것을 늘 피해 왔습니다만, 이번에는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참으로 인생은 희비극이 깔린 일장의 코미디가 아닌 가 했습니다.
  이 말은 권옥연 화백이 같이 가면서 한 말이옵니다.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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