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의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47호 일흔네번째 서신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19-04-04 14:53
조회수: 57
 

  오늘이 벌써 삼월 이십사일, 옛날 경성사범학교 졸업식 날입니다. 그날이 다시 오니,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오래간만에 서신 올립니다.
  해마다 경성사범학교에서는 삼월 이십사일을 정해 놓고 졸업식을 했습니다.
  나는 이날 졸업식에 어머님을 모시려고 삼월 초순부터 이날을 기다려 왔습니다.
  그것은 삼월 육일, 내가 그렇게도 꿈꾸었던 동경고등사범학교 합격 통지서를 받고, 동경고등사범학교 럭비부에서 졸업식에 참석할 것 없이 빨리 동경으로 와서 봄 합숙부터 연습을 하고, 봄 리그에 시합을 해야 한다는 전보를 받았던 겁니다.
  그러나 나는 어머님을 꼭 경성사범학교 졸업식에 모시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어서 미적미적 동경으로 가는 시일을 늦췄던 겁니다. 그동안 동경 문리대 럭비부에서는 몇 차례 독촉 기별이 왔었지만, 다 물리치고 이십사일을 기다렸습니다.
  이날, 그러니까 벌써 오십사 년 전이 되나, 오십사년 전 이날, 어머님을 모시고 일본인들의 소굴인 식장에 참석을 했습니다.
  식장에는 조선인 부인은 하얀 두루마기를 입은 우리 어머님뿐이었습니다.
  식이 끝나고 일학년 반의 내 책상, 이학년 반의 내 책상, 졸업 반의 내 책상, 럭비 구장, 병실, 기숙사, 식당 등등을 두루 구경시켜드리고, “어머님, 내일 나는 동경을 갑니다” 했더니 “난 너 합격되지 않았으면 했다”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이 말씀에서 어머님의 사랑을 느꼈습니다.
그럼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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