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과 사랑의 시인 조병화문학관입니다
 
 

제목: 조병화 순수고독, 순수허무 제6호-시인의 작업실(8월14일)


글쓴이: 관리자

등록일: 2007-08-22 14:58
조회수: 6297
 

2007년 8월 7일 (제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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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에 관한 단상(斷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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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의 작업실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그 시인이 있는 곳이 바로 그 작업실이다.
   도로나, 공원이나, 식당이나, 술집이나......심지어는 화장실도
                                                                              -조병화-

 


  술집촌 작센 하우젠

 

 

              나는 오페라 가수가 되려고 했었습니다
              나는 카루소가 되려고 했었습니다
              나는 나의 목소리로 온 세계를 울려 보려고 했었습니다
              나는 나의 목소리로 온 하늘을 정복해 보려고 했었습니다
              나는 나의 목소리로 온 시간을 멈추게 해 보려고 했었습니다
              만민의 가슴 가슴에
              나와 나의 노래를 묻어 보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하잘것없는
              교통 회사 샐러리맨, 결혼을 하고 보니
              아이 새끼들은 늘고, 매달리는 것들은 많아져서
              오페라고 가수고 카루소고 다 집어치우고
              지금은 보시다시피
              교통 회사 샐러리맨
              저녁마다 이곳이 나의 무대가 되었습니다

              이곳은 저녁마다 서민들끼리 흥겨운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구시가 뒷골목
              술집촌 작센 하우젠
              숙녀 신사가 어깨동무로
              깊어 가는 인생의 뒷골목
              "구텐 나하트!"
              오페라 가수가 되려다
              아이 새끼들 때문에 포기한 나의 벗은

              이 막삼 막사 막오 막……
              지금은 나를 취하게 하는
              장면으로 들어간다.

 

   1959년 7월, 방학에 서독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에서 제29차 국제 P.E.N.대회가 열렸습니다.
 나는 이 일행에 참가하여 처음으로 구라파 여행을 했던 겁니다. 내가 이렇게 국제 P.E.N. 대회에 참가했던 것은 주로 여행을 하고 싶었던 까닭이었습니다. 회의 목적이 아니라, 그것에 부수되는 세계여행을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대회 기간 동안에 주요섭 씨와 나는, 주요섭 씨와 친숙한 가정에서 온 독일 유학생의 안내로 이집 저집 술집 구경을 많이 했습니다.
 이 작센 하우젠이 그 술집촌들이었습니다. 노천으로 되어 있었습니다. 길가 술집들이었습니다. 맥주를 흥겹게 마시고들 있었습니다. 노래를 큰 소리로 부르고 있었습니다. 남녀가 모두 어깨동무를 하고 같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처음 보는 나도 그들이 껴안고 노래를 불렀습니다. 이렇게 세계는 어디서나 저녁 술집에선 하나가 되었습니다. 공산주의고, 자본주의고, 사회주의고, 이데올로기를 떠나서 술집에선 온 세계가 그저 흥겹게 하나가 되었습니다.
 낮에는 정치로 꽁꽁 묶여 있다가, 밤이면 이렇게 술집에서 완전히 풀려서 온 세계는 사람으로(인간으로, 인류로) 하나가 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렇게 정치는 사람들을(백성들을) 꽁꽁 묶어 놓지만, 인간들은 그렇게 묶여서는 살 수없는 것, 밤이면 술집에서 완전한 인간으로 하나가 되는 겁니다. 세계 어디에서나.
 소비에트에서 그럴 것이고, 동구라파 공산국가에서도 그럴 것이고, 쿠바 같은, 혹은 북한 같은 독재국가에서도 그럴 것이 아닌가. 나는 늘 그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겁니다.
 지금은 공산주의 국가이고, 사회주의 국가이고, 자본주의 국가이고, 다 그 벽이 무너져서, 어디나 인간주의 국가가 되어 있지만.
 그리운 그 얼굴들, 지금도 그렇게 즐겁게 작센 하우젠은 저녁마다 흥겨운지.

 

   
 사단법인 조병화시인기념사업회

 

(사)조병화시인기념사업회는 편운 조병화 시인의 순수 고독, 순수허무의 시세계와 예술철학을 재조명 하고자 몇몇 후학들이 힘을 모아 설립한 단체입니다. 사업회는 조병화문학관 및 편운문학상 운영을 지원하고 계간 『꿈』을 간행하는 등 한국 시문학 발전을 도모하고 이 시대가 잊어가고 있는 '서정성'을 소생시키는 데에도 기여하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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